입소문난 동네 떡집의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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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후면 설날. 떡은 명절 먹을거리로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막상 집에서 만들려면 쉽지가 않다. 설날 내놓을 떡에 신경이 쓰인다면 주인의 손맛이 밴 우리 동네 수제 떡집을 한번 찾아보자.

■ 조현제 궁중떡= 명절에 이 집 떡을 맛보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한정된 수량만 팔기 때문이다. “재료 손질부터 포장까지 전 과정을 직접 손으로 하다보니 주문량을 다 소화할 수 없다”는 게 조현제(38) 사장의 설명이다.

조 사장은 인터넷 떡 판매를 활성화한 장본인이다. ‘아침을 거르는 사람이 많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아침식사 대용으로 ‘떡’만한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궁중떡 공부에 매달려 2003년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서 떡을 팔기 시작했다. 현재 연간 4억여 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박 떡집’ 사장이 됐다.

이 집의 대표적인 품목은 영양찰떡과 두텁떡이다. 찹쌀과 7가지 견과류를 재료로 만드는 영양찰떡은 위를 보호하는 성질을 가진데다 한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먹고나면 든든하다. 옛날 임금상에 올랐다는 두텁떡은 소(속에 넣는 재료)와 고물을 직접 삶고 치대 만든다. 단맛은 설탕 대신 유자청과 꿀로 낸다. 1세트(영양찰떡 18개+두텁떡 20개)3만원. 종이처럼 얇은 식용 금을 통째로 붙인 금떡 세트(금떡 6개+한방떡 22개·8만5000원)는 선물용으로 인기다.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갈 때 먹었다는 구선왕도고, 9가지 한약재를 넣은 총명떡, 홍삼 액기스와 홍삼 절편이 들어간 홍삼떡은 이 집에서 맛볼 수 있는 이색떡이다. 일산서구 대화동 성저마을 15단지 옆 주택가 안.

▶문의=031-911-1998


■ 대치떡방= “담임 선생님이 ‘대치떡방’ 떡은 이제 그만 가져오라 하셨다.” 일산 학부모들 사이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스승의 날 선물로 이 집 떡이 그만큼 인기라는 얘기다.

“비결이랄 게 뭐 있어. 좋은 재료 쓰고 간 잘 맞추면 되지.” 30년 가까이 떡을 주물러온 김길자(76) 할머니의 대답은 간결하다. 김 할머니는 1990년 서울 대치동 은마상가 안에 처음 자신의 떡집을 냈다. 입소문이 나 공항터미널 예식장·조선호텔 등에 납품하다 2001년 일산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은 딸(김정숙·49) 부부와 함께 이곳을 운영한다.

인기 품목인 두텁떡은 소와 고물에 각각 9가지의 재료를 쓴다. 입안에 넣으면 우선 고물에 들어있는 계피 향이 후각을 자극한다. 이어 대추·잣·땅콩 따위의 견과류가 차례로 씹힌다. 재료 하나하나의 질감이 살아 있다. 떡 반죽엔 제주도에서 공수해온 쑥과 대추 액기스 등을 같이 넣는다. 약식은 카라멜 소스나 간장 대신 설탕으로 직접 만든 시럽을 사용해 연한 갈색이 난다. 단맛이 적고 뒷맛이 깔끔하다. 복분자·흑임자·흑미·호박 등의 재료로 만든 영양찰떡은 종류만 12가지다. 두텁떡 6000원(4개), 1세트(영양찰떡 12개+두텁떡 4개) 3만6000원. 일산서구 주엽동 6단지 상가 안.

▶문의=031-914-1677~8


■ 청애병= 오현구(43) 사장은 주문량에 상관 없이 새벽 3시부터 떡을 만들기 시작한다. 오전이면 매장에 딸린 주방이 말끔하게 치워져 있어 손님들로부터 ‘납품 받아 파느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이 집은 2007년 11월 문을 열었다. ‘동네 떡집’의 한계를 벗어나려면 어린 아이부터 젊은 층의 입맛까지 사로잡아야 한다는 게 오 사장의 생각이었다. 품목을 다양화하는 것은 물론 디자인 개발에 신경쓰면서 젊은 주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 인기 품목인 완두배기 찰떡은 단맛 나는 완두배기가 가장자리의 통팥과 어우러져 뒷맛이 담백하다. 호박·복분자·흑임자·흑미·녹차·치자 등이 들어간 찰떡을 한지함으로 포장한 1세트는 1만1000원(10개)~11만원(100개)이다. 설기에 사용하는 호박·딸기는 직접 찌거나 갈아서 넣는다. 약식은 카라멜 소스 대신 국내산으로 구입해 일일이 손질한 후 8시간 달인 대추 액기스를 쓴다. 서산에서 가져온 단호박과 밤도 직접 손질하고 쪄서 넣는다. 이렇게 만든 떡은 “식감이 다르다”는 게 아내 진수연(42)씨의 말이다. 일산3동 후곡학원가 안.

▶문의=031-921-9777


[사진설명]‘조현제 궁중떡’의 조현제 사장은 떡의 재료 손질부터 포장까지 직접 손으로 한다.

<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 사진=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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