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보훈단체 자원봉사 활동 사회에 온기 넘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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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식정보 혁명, 바이오 혁명의 물결이 거세다.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키며 다가오는 21세기 물질문명의 힘은 본격적인 지구촌 시대의 도래와 인류복지의 실현에 커다란 기대를 걸게 한다.

하지만 첨단기술의 힘이 인류의 행복을 전적으로 보장해 줄지는 의문이다. 인류가 행복을 향유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면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남을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데, 이것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다시 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선진적 경제구조를 만들려는 개혁노력이 물질만능 풍조로 인한 집단이기주의와 도덕적 해이 현상으로 인해 기대 이하의 성과에 머무른 탓이다.

우리 사회의 갈등요인에 대한 여러 주장들 가운데 물질우선의 풍토 아래 사회통합의 구심점이 없이 자기 이익을 우선시하는 세태 때문이라는 주장이 그래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여러 사회문제를 극복하고 민족의 밝은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건전한 국민정신의 확립, 즉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 연대의식의 회복이 시급하다.

이러한 공동체의식의 회복은 우리 민족사의 근간을 이뤄온 '나보다 남을 앞세우는 숭고한 희생정신' 에서 시작될 수 있다.

전시 또는 국가위기 때에는 국난극복의 힘으로, 평시에는 사회적 의무를 다하는 참여의식과 봉사활동으로 표출된 희생정신이야말로 역사발전의 원동력 그 자체다.

과거 선열들의 위국헌신 정신으로 나타났던 희생정신의 결정체인 민족정기는 오늘날 건전하고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 가려는 시민들의 힘에서 그 실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공동체를 튼튼히 하고 발전시키는 시민활동의 하나가 바로 자원봉사다. 남을 위해 기꺼이 자기 것을 베풀고 나누려는 자원봉사 활동은 서구 선진국가에서는 보편적 가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의 경우에도 1988년 서울올림픽과 93년 대전엑스포 등의 국제행사를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훌륭히 치러낸 경험이 있다.

최근에는 중앙일보를 비롯한 언론에서 자원봉사 캠페인 등을 전개하고 각급 학교와 사회단체.군부대에서도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점차 자원봉사에 대한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우리는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물질문화에 밀려난 정신문화를 되돌리고, 오블리제(의무)는 외면한 채 노블레스(특권)를 주장하는 그릇된 사회문화를 치유하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더욱이 자원봉사 문화는 국민의 정부가 지향하는 민주주의.시장경제.생산적 복지의 국정철학을 현실화시키는 정신적 근원의 하나이기도 하다.

국가유공자들로 구성된 보훈단체들은 '세계 자원봉사자의 해' 인 2001년을 기해 활발한 자원봉사 활동을 전개해 지역사회 발전과 건강한 사회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데 기여할 것이다.

국가유공자들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자원봉사에 앞장서는 모습은 우리 사회에 훈훈한 온기를 불어넣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시민들에겐 용기를 줄 것으로 생각된다.

마침 12월 5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자원봉사자의 날' 로 국내외적으로 다채로운 기념행사가 치러졌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자원봉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참여 열기가 퍼져나가 국민통합을 이룸으로써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한 난제들을 하나씩 풀 수 있었으면 한다.

김유배 <국가보훈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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