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층 아파트 재건축 투자성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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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1997년 말 서울 양천구 목동 10층짜리 D아파트 19평형을 전세 4천3백여만원을 끼고 8천3백여만원에 산 회사원 金모(38)씨는 요즘 아파트 재건축이 본격화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32평형을 배정받을 때 추가 부담금은 1억1천5백76만원. 따라서 새 아파트를 사는데 종전 집산 돈과 전세금을 뺀 투자비(4천만원)에 대한 2년간 금융이자 5백여만원 등을 합쳐 2억1천여만원이 드는 셈이다.

반면 내년 3월 입주를 앞두고 공사 중인 바로 뒤편 아파트 32평형 로열층 분양가격이 1억8천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손해볼 게 뻔하다. 팔려고 해도 구입 때보다 1천만원 정도 떨어져 난감해하고 있다. 자세한 정보는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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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재건축하면 되레 손해볼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당초 재건축에 동의했던 조합원까지 반대하고 있다.

또 현재 재건축이 추진 중인 서울 서초구 12층짜리 M아파트의 경우 27평형을 사 37평형을 배정받으려면 구입비 1억7천만~1억9천만원에다 예상 추가 부담금 1억6천만~1억9천만원을 합해 총 3억3천만~3억8천만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인근 아파트 35평형 로열층 최고값이 3억4천만원 선이어서 재건축에 따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인근 중개업소는 말하고 있다.

'재건축은 곧 돈' 이라는 상식이 10층 내외 중층 아파트에서는 깨지고 있다. 보통 용적률이 2백% 선인 중층 아파트는 일반주거지역 최대 용적률인 3백%를 거의 인정받더라도 지금보다 30% 가량 더 지을 수 있다.

따라서 일반 분양분이 적어 조합원 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물론 아파트 값이 크게 오르면 시세차익이 많아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현재 상태로는 생각하기 어렵다.

특히 서울시가 지난 7월 조례를 바꿔 2003년 6월 종별로 일반주거지역의 최대 용적률을 2백50%로 낮추고 이때까지 종별 분류가 되지 않은 곳은 2백%를 적용키로 해 중층 아파트 재건축 투자수익은 더욱 불투명하다.

따라서 앞으로 재건축 예정 중층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은 ▶고도제한이나 도시설계 등 건축제한은 없는지▶건축 가능한 최대 용적률은 어느 정도 인지 등을 확인, 구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한국감정원 재건축사업팀 곽기석 팀장은 "요즘 중층 아파트 재건축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지만 사업성이 없는 경우가 많아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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