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합의 들여다 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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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공적자금을 둘러싼 민주당과 한나라당간의 힘겨루기 결과는 '무승부' 라는 게 지켜본 국회 관계자들의 평가다. 양당이 조금씩 전과(戰果)를 거뒀다는 얘기다.

정부가 지난 9월 23일 2차 공적자금 투입 방침을 밝혔을 때 한나라당이 세운 목표는 두가지. 공적자금특별법 제정과 1차 공적자금 집행내역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였다.

한나라당 김무성(金武星)수석부총무는 "사실상 두가지를 모두 얻어냈다" 고 만족해 했다.

반면 민주당은 법안의 내용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대부분 관철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양보한 것은 특별법의 명칭뿐" 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직도 차지했다.

무엇보다 추가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국회 동의를 얻어내 2차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할 토대를 갖추게 됐다는 지적이다.

◇ 특별법에 뭐가 담겼나〓법안의 핵심은 공적자금의 집행.관리를 조정.감독하게 될 공적자금관리위원회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막판까지 격돌했던 부분이다.

민주당은 재경부 산하 설치안을 관철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노렸던 대통령 흠집내기를 막게 됐다" 고 안도했다.

위원장은 민간 대표와 정부 대표(재경부장관)가 공동으로 맡게 됐다.

위원 수는 8명. 당연직 위원으로 정부에서 재경부장관.기획예산처장관.금감위원장이 포함되며 국회와 대통령이 민간인 각 2명씩, 대법원장이 1명을 추천하기로 했다.

민간위원을 많이 넣자는 야당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공적자금 집행내역에 대한 사후 감시기능도 담았다.

회수자금을 재투입할 경우 국회 보고와 함께 관리위의 사전.사후 승인을 거치도록 했다. 분기별 보고서 국회 제출도 의무화했다. 특히 최소비용 원칙을 명문화했다.

◇ 연말연시를 뜨겁게 달굴 국정조사〓1차 공적자금 투입액 1백9조원(준공적자금 포함)에 대한 국정조사는 12월 15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로 결정됐다.

총 48일. 정창화 총무는 "연말연시의 연휴기간 등을 감안해 조사기간을 넉넉하게 잡았다" 고 했다.

특위위원 수는 10(한나라) 대 9(민주) 대 1(비교섭단체)의 비율로 20명. 한나라당은 천문학적 규모에 달하는 1차 공적자금 투입과정의 문제점을 철저히 따지겠다는 각오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IMF 경제위기 극복을 내세우는 현 정부 경제치적의 허구성을 이번 국정조사 과정에서 철저히 파헤치라고 독려하고 있다.

조사기간을 연말연시를 포함해 잡은 데는 설 민심을 잡겠다는 한나라당의 계산도 담겨 있다는 게 국회 주변의 분석이다.

민주당은 집권 후반기 쟁점으로 부각될 수도 있는 공적자금 문제를 이번 기회에 걸러내고 넘어가겠다는 생각이라고 한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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