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총재, 공적자금 입장 누그러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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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공적자금에 관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얼굴)총재의 입장이 한결 누그러졌다.

그는 1일 오전에만 해도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반드시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들라" 고 지시했다. 당3역과 재경위원 연석회의에서다.

재정경제부 관리 감독 부실로 위원회를 두는데 이 위원회를 재경부가 감독하라고 할 수 없다는 논리에서다.

동시에 "관리 부실이 발생하면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뜻" 이라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

李총재는 이와 함께 "이미 투입된 공적자금은 국정조사로 철저하게 따지라" 고 강조했다.

李총재의 이같은 지시에 대해 측근은 "이한구 의원 등 경제통들의 건의를 받아들인 결과" 라고 설명했다.

李의원 등은 "조사위원장을 우리가 맡아야 철저한 국정조사가 된다" 며 "자칫하면 국정조사가 현 정권에 면죄부만 주는 꼴이 될 것"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李총재가 공적자금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다른 측근은 "공적자금은 차기 대선의 최대 이슈가 될 것" 이라며 "철저하게 따지고 넘어가지 않으면 李총재도 책임 추궁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 고 말했다.

의약분업 사태 때 한나라당이 서둘러 약사법 개정에 합의했던 것이 나중에 부담으로 작용한 사례도 참고했다고 한다.

그는 그러나 "공적자금 처리 지연에 따른 비판 여론이 李총재를 압박하는 게 사실" 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 공적자금 처리에 동의키로 한 李총재의 결단을 환영하는 여론이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부분적인 문제를 가지고 계속 시비를 거는 게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또 이 문제를 가지고 하루를 더 끌면 주말로 이어져 월요일인 4일에나 타결이 될 수 있게된다는 점도 고려치 않을수가 없었다고 한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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