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탄산음료가 기억력을 저하시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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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

김석진 교수

우리는 일반적으로 인스턴트 음식을 먹으면 몸에 좋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생각의 바탕에는 제품 가공과정에 사용되는 화학물질, 그리고 보관과 유통을 위해 사용되는 방부제 등 다양한 이유가 깔려있다. 이에 추가하여 다수의 인스턴트 식품에 들어가는 과당이 인체에 끼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재미있는 논문을 소개한다.

미국 조지아 대학 연구팀이 동물실험을 통하여 과당(Fructose)을 과량 섭취하면 기억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발표하였다. 과당은 일반적으로 High Fructose Corn Syrup (HFCS)이라는 형태로 음식물 첨가제로 사용된다.

HFCS는 단가가 높은 설탕의 대체물질을 찾던 중 1957년에 포도당을 인공적으로 과당 형태로 전환하고 이를 포도당과 적절히 배합하여 설탕과 같은 단맛을 내도록 만들어진 물질이다.

HFCS는 제조원가가 저렴할 뿐만 아니라 액상형태라 보관, 유통 및 음식물과 혼합이 용이하여 탄산음료, 과자, 샐러드 드레싱 등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인스턴트 식품의 단맛을 내는데 들어가는 주원료이다. 코카콜라나 펩시도 1984년부터 설탕대신 HFCS를 사용해왔다.

이 실험에서 하루에 필요한 열량의 60%를 과당을 통해 섭취시키면 실험 쥐들의 기억력이 현저히 저하되는 것이 관찰되었다고 한다. 과당은 설탕이나 포도당과는 달리 그 대사가 대부분 간에서 일어나고 이는 혈중 triglyceride량의 증가를 야기시킨다. 이 triglyceride는 뇌에서 일어나는 인슐린의 신호전달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뇌세포의 기능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고 한다.

HFCS가 비만이나 당뇨를 유발하는 등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문들이 여러 차례 발표된 바 있다. 한편 이와는 정반대로 HFCS의 섭취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는 근거가 없다는 논문도 존재하는 것은 물론이다. 모든 학문이 그러하듯 이러한 대비적인 시각은 항상 존재한다.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정확한 해답은 과학이 언젠가는 우리에게 제공해 주겠지만 가까운 미래는 아닐 듯 싶다. 하지만 작년 11월 펩시가 스포츠 음료인 게토레이에 HFCS를 더 이상 넣지 않겠다고 한 발표는 이 물질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각이 이젠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보편화되었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햄버거와 탄산음료는 요즘 아이들의 먹거리에서 뗄래야 뗄수가 없는 메뉴이다. 기억력도 기억력이지만 고농도 과당과 함께 탄산음료에 다량 들어있는 카페인을 생각하면 이것을 즐겨먹는 10대인 두 아들을 둔 아빠로서 맘이 편치않다.

김석진 교수

미국 인디애나대학 교수로 인류와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다. 최근 자연과 사람을 생각하는 기업 ㈜나무·물·산(www.vsl3.co.kr)의 대표를 맡아 바른 식생활과 유익한 균 섭취의 중요성을 알리는 칼럼 게재와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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