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선나무 연구 위해 대학 간 늦깎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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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을 넘긴 나이에 대학에 진학한 김병준씨가 자신의 농장에 심은 미선나무의 생육상태를 관찰하며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미선나무 박사’로 불리는 충북 괴산군 칠성면 율지리 김병준(61)씨가 환갑을 넘긴 나이에 미선나무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대학에 간다. 미선나무 동산인 운천농원을 운영하는 김씨는 올해 괴산군 중원대 한방산업학부에 특별전형으로 합격, 3월부터 아들뻘 되는 젊은이들과 어울려 대학생활을 하면서 미선나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꿈에 부풀어 있다.

김씨는 “미선나무가 각종 치료제는 물론 화장품, 향수, 한약재, 식품 등 응용해 개발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하다”며 “대학에서 체계적인 미선나무 재배·번식법과 약리작용에 대한 연구 등을 하고 대학원까지 진학해 명실상부한 미선나무 박사가 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가 미선나무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1994년부터. 우연히 선친의 산소를 찾았다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고 세계적으로 희귀한 미선나무를 발견했으나 주변에는 이를 아는 사람도, 연구서적도 거의 없어 독학하다시피 생태환경을 조사하고 번식에도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무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그로서는 자생군락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로 희귀한 미선나무 생태를 알아내고 번식시키는 일은 쉽지 않아 실패를 거듭했다.

결국 그는 2000년 꺾꽂이법과 휘묻이법, 분주법 등을 알아낸 데 이어 최근에는 종자로 번식시키는 데에도 성공, 주위로부터 ‘미선나무 박사’라는 별명을 얻었고 현재 5만여㎡의 동산에 70여만 그루의 미선나무를 재배하고 있다. 청소년기 김씨의 생활은 불우하기만 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부상으로 병석에 누워있던 부친이 숨지고 가세가 기울자 중학교 3학년 때인 65년 학업을 포기하고 서울로 올라가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힘들고 어려운 밑바닥 일부터 시작해 나중에는 돈도 벌었지만 못배운 것이 한으로 남아 2006년 모교인 괴산중학교에 편입, 학업을 마치고 충주방송통신고 졸업에 이어 이번에 대학 진학에도 성공했다.

 미선나무 꽃 추출물에서 항산화 활성화 물질을 개발해 지난해 8월 한국생물과학협회에 보고한 중원대 교학지원처장 김도완(한방산업학부) 교수는 “김씨를 만나본 결과 충분한 실무를 갖췄고 하고자 하는 의욕과 열정도 대단해 앞으로 큰 일을 하실 분”이라고 그의 역할을 기대했다.

중원대는 벌써 산학협력단에 그의 연구실 겸 사무실(100㎡)을 내 주고 연구활동 지원에 나섰다.

글=서형식 기자 ,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미선나무는=둥그런 열매가 마치 부채처럼 생겼다고 해서 미선(美扇, 尾扇)이란 이름을 얻은 이 나무는 최근 관상수로도 인기가 높으며 특히 3월 말~4월 초에 피는 7년생 미선나무꽃의 향기는 50개의 난꽃이 내뿜는 향을 압도할 정도라고 한다.최근에는 미선나무 열매와 잎 등의 추출물이 항암·항산화(노화방지)작용과 아토피, 당뇨병, 알레르기 등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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