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 잦은 말바꿈 국민 혼란 부추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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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열린 재경위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승 총재가 눈감은 채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김형수 기자

13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한은의 경제 예측능력 부재와 박승 한은총재의 오락가락한 발언이 집중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1998~2003년 한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실제 성장률 간의 오차가 평균 3.62%포인트에 달한다"며 "특히 물가안정을 최대 목표로 삼고 있는 한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의 평균 오차가 1.1%포인트로 민간 연구소보다 부정확했던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질타했다. 한은의 금리 인하 시기와 통화정책의 일관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열린우리당 김종률 의원은 "지난 8월에는 성장을 위해 콜금리를 내린다고 했다가 2개월 뒤 물가가 불안하다며 콜금리를 동결한 것은 통화정책의 일관성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지난 8월 금통위는 금리 동결을 예상했던 시장 분위기와 달리 금리 인하를 결정해 채권가격과 주식시장이 급등했고, 지난달에는 금리 인하를 예견했던 시장분위기와 상반되게 금리 동결을 결정해 채권가격 폭락과 증시 약세를 유발했다"며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해야 할 금통위가 오히려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추궁했다.

박승 총재의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은 "지난 3월 박 총재는 '올해 성장률이 4%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해놓고 4월엔 '최대 6%까지 가능할 것'이라며 낙관론을 펴더니 7월엔 '경제 성장에 하방위험이 있다'며 다시 비관론으로 돌아섰다"고 비판했다.

화폐단위 변경 논란과 관련, 한나라당 김애실 의원은 "박 총재는 2002년 9월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화폐단위를 반드시 절하해야 한다'고 밝혔다가 최근엔 '화폐개혁 논의는 중단하는 게 올바른 판단'이라고 입장을 바꿔 국민에게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총재는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올해 경제 예측치가 빗나간 것은 국제유가가 예상밖으로 크게 올랐기 때문"이라며 "총재가 너무 언론 노출이 잦다고 해 요즘은 일절 신문.방송에 안 나간다"고 해명했다.

정경민.김정하 기자 <jkmoo@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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