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 피해자 보상 일본기업 첫 기금 설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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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도쿄=오영환 특파원]일본 건설회사 가지마(鹿島)가 일본기업으론 최초로 일제 당시 강제 연행당한 외국인 피해자를 위한 보상기금을 설치키로 했다.

일제 당시 아키타(秋田)현 하나오카(花岡)광산을 운영했던 가지마는 29일 '하나오카 사건' 의 중국인 피해자 및 가족 11명이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도쿄(東京)고법의 화해 권고를 받아들여 5억엔 규모의 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이 보상금은 전후 보상소송 사상 최고액이다. 기금 운영은 중국적십자회가 맡게 된다. 가지마측은 그러나 법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하나오카 사건은 1945년 6월 광산에 강제 연행된 중국인 4백여명이 학대 등에 반발, 폭동을 일으킨 뒤 일본 헌병대 등에 의해 살해된 사건이다.

이번 화해는 일제 당시 일본 기업에 의한 강제 연행 및 노동을 둘러싼 다른 재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 강제 연행자의 전후 보상소송은 공작기계 업체 후지코시(不二越)에 끌려갔던 3명이 지난 7월 이 회사와 법정 화해하는 등 지금까지 3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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