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채소값 폭락에 농민 '주름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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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완주군 삼례읍 해전리에서 밭 3천여평에 김장용 배추 농사를 지은 최일수(60)씨는 최근 중간상인에게 5t 트럭 한 대 분당 1백42만여원씩 팔았다.

지난해 이맘때 2백90여만원의 절반 가격도 안되고, 한 포기에 겨우 2백50원 꼴이다. 생산비(2백여만원)조차 건질 수 없을 정도다.

김장철을 맞았으나 배추.파 등 채소류 값이 폭락해 농민들이 울상이다.

28일 김장채소를 많이 재배하는 완주.장수.무주지역 농민들에 따르면 최근 배추 한 포기에 보통 2백50원, 좋은 것은 3백원씩 중간상에 넘기고 있다. 지난해 6백~7백원의 절반 수준도 안된다.

무도 좋은 게 개당 3백원으로, 지난해 7백원보다 4백원이나 낮다.

쪽파는 더욱 심해 출하가격이 2㎏에 2백원으로, 지난해의 5분의 1 수준이다.

마늘도 지난해엔 접당 8천4백원이었으나 요즘은 6천8백원에 팔리고 있다.

특히 적지 않은 물량이 값을 떠나 사가겠다는 중간상이 없어 밭에서 썩혀야 할 형편이다.

김장 채소류 가격이 떨어진 것은 최근 경기 침체로 음식점들마다 손님이 줄면서 김치 소비량이 감소해 김치를 담그는 양이 줄었기 때문이다.

전주시 효자동 G회관의 경우 지난해에는 1주일에 3차례씩 김치.깍두기를 담았으나 요즘은 1차례만 담고 있다.

또 가정에 김치냉장고가 보급되면서 김장을 한꺼번에 많이 하지 않고 조금씩 수시로 하는 영향이 크다.

주부 송미란(47.전주시 삼천동)씨는 "지난해까지는 이때쯤 배추 50포기를 김장했으나 이젠 김치냉장고가 있어 보관할 수 있는 양만 하고 있다" 고 말했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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