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순이 “참전용사는 모두 내 아버지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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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순이가 4, 5일 카네기홀에서 한국전쟁 60주년을 기념해 공연을 했다. 인순이가 카네기홀에 들어서자 참전용사들이 박수로 환영하고 있다. [뉴욕=미주 중앙일보 양영웅 인턴기자]

“여러분은 모두 제 아버지이십니다(You are all my fathers).”

한국 대중가수 인순이가 4, 5일(현지시간) 이틀 동안 뉴욕 맨해튼 카네기홀에서 감동적인 공연을 펼쳤다. 이번 공연은 한국전 60주년 기념으로 참전용사 100여 명과 미 육군사관학교 한인 생도 및 16개 참전국 유엔대사를 초청한 자리에서 이뤄졌다. 그는 5일 공연 전 리셉션에서 “저는 아버지를 뵌 적이 없다”며 “그래서 6·25 참전용사는 모두 아버지라고 부른다”고 영어로 인사를 건넸다. 자신이 한국 어머니와 주한미군으로 참전한 미군 병사 사이에서 태어났다고도 소개했다.

인순이는 이틀 동안 사회자나 초대가수도 없이 혼자 2시간30분 동안 트로트에서 한국 대중가요는 물론 팝송과 민요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2500여 관객을 사로잡았다. 특히 민요를 부를 때는 색동저고리를 입고 세배를 하기도 했다. 객석에선 눈물을 훔치는 교민도 많았다.

한국은 물론 세계적인 가수에게도 카네기홀 무대는 쉽지 않다. 인순이는 11년 전에 이어 한국 가수로는 두 차례 공연을 열었다. 애초 공연은 하루만 신청했으나 카네기홀 측에서 공연 규모와 준비 상황을 보고 하루 더 시간을 내줬다.

그의 히트곡 ‘여행을 떠나요’를 부를 때는 객석으로 뛰어내려와 관객과 포옹하고 악수도 하며 호흡을 같이했다. 공연 후엔 세 차례 앙코르 곡을 부르기도 했다.

인순이가 참전용사를 공연에 초청하게 된 건 뉴올리언스 시절 유학 경험 때문이다. 그는 “어느 날 우연히 한국전 참전용사 묘역을 찾았다가 이름도 모를 먼 이국 땅에서 산화해간 군인의 묘비를 보고 가슴이 아팠다”며 “한국전 60주년 때 참전용사를 초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쟁 통에 어디에선가 저와 같은 자식을 두고 떠난 뒤 평생 마음의 짐으로 여기고 살아오셨던 많은 참전용사가 제 공연을 보고 이제 그 부담감을 내려 놓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사진=미주 중앙일보 양영웅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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