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평화노력 재개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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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두 달 이상 유혈 충돌을 빚으면서 교착상태에 빠진 중동사태가 러시아의 중재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는 24일 실무 차원에서 안전 보장 협력을 재개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3주일 만에 이뤄진 양측 수뇌부의 접촉은 이날 러시아를 방문한 아라파트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던 중 전화통화를 통해 이뤄졌다.

◇ 전화 합의 내용〓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에서 아라파트 수반과 회담 도중 바라크 총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푸틴은 곧바로 바라크의 동의를 얻어 두 사람의 통화를 주선했다.

바라크와 아라파트는 통화에서 "양측이 실무적인 차원의 안보 협력을 지속하고 연락사무소를 재개설키로 합의했다" 고 바라크 총리 대변인이 밝혔다.

양측은 또 지난 23일 가자지구의 연락사무소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이스라엘 병사 한 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 폐쇄됐던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의 연락사무소를 재개설하기로 합의했다.

알렉산드르 아브데예프 러시아 외무차관도 회담 직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중동지역의 폭력사태를 종식하기 위한 러시아의 새 평화중재안을 검토하기로 약속했다" 고 발표했다.

◇ 전망〓일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의 최고 수뇌부가 평화 노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한 것은 진전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두달째 계속되고 있는 테러와 보복의 악순환이 다소 누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동평화 협상이 밟아온 전철을 되돌아볼 때 돌발변수가 생길 경우 사태는 순식간에 더 악화될 수도 있다.

실제로 아라파트와 바라크가 전화 통화하는 동안에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은 계속됐다.

이날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의 베들레헴에 있는 파라다이스 호텔에 포격을 가했다.

호텔 내부에 있는 팔레스타인 저격수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스라엘측은 밝혔다.

이런 가운데 에프라임 스네 이스라엘 국방차관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공격에 대해 곧바로 보복을 하기보다는 더욱 효율적인 방법으로 대응해 나갈 것" 이라고 밝혔다.

전날 이스라엘 안보 각료회의는 팔레스타인의 공격을 차단하고 공격 명령자들에 대한 응징을 위한 모든 방식의 군사작전을 승인했다.

한편 이번 합의를 이끌어낸 푸틴으로서는 외교력을 회복하게 됐으며 러시아는 당분간 중동사태에 주도적으로 개입할 전망이다.

지난달 이집트에서 열린 중동사태 해결을 위한 '6자 정상회담' 에도 참가하지 못했던 러시아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러시아 주도의 새로운 중동평화안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중동평화 협상에 핵심적인 열쇠를 쥔 미국의 참여 없이는 중대한 진전을 기대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예영준.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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