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따져봐야 할 '외인감독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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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대한축구협회가 새 국가대표 감독을 영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프랑스 에메 자케 감독으로부터 거절당한 뒤 네덜란드 구스 히딩크 감독과는 협의 중이다.

외국인 감독 영입에 대한 축구인들과 축구팬들의 의견은 매우 다양하다.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최고의 감독을 영입, 한국 축구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 는 의견에서부터 "외국인 감독 한 명 온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차라리 그 돈을 유소년 축구에 투자하라" 는 소견까지 나온다.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따져보자.

우선은 '2002년 월드컵 16강 진출' 이다. 지금까지 개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한 적이 없다는 것과 공동개최국인 일본을 의식한 조치다. 2002년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는 사실도 알게 모르게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16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진 기술 도입이다. 세계 정상급의 전술과 전략, 그리고 트레이닝 기법 등을 국내 지도자들과 선수들이 배울 수 있으면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만일 목표가 오로지 '16강' 이라면 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선수들이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대표선수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아무리 좋은 감독이 선진 기술을 가르친다 해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의 능력이 떨어진다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기 힘들다.

만일 16강 진출에 실패하면 크라머.비쇼베츠의 경우와 같이 '외국인 감독이라도 별 수 없다' 는 결론을 내릴 것이고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목표를 정확히 해야 한다. 배움이 우선이고 성적은 그 다음이다. '성적 우선' 의 풍토가 한국축구의 큰 문제라는 것은 이미 다 알려져 있다.

누가 감독이 되더라도 그가 갖고 있는 선진 기술을 배울 수 있으면 목표는 달성하는 것이고 다행히 16강에 진출한다면 그것은 '덤' 으로 생각하자.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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