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보조개 표' 최후의 변수로 떠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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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수작업 재검표를 받아들이라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민주당 앨 고어는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고어와 공화당 조지 W 부시는 정말로 골치 아픈 싸움 하나를 남겨두고 있다. 미국 대통령 자리를 향한 최종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이는 이 싸움은 '보조개 표(dimpled ballots)' 를 둘러싼 것이다.

'보조개 표' 란 기표란에 구멍이 난 것은 아니지만 구멍을 뚫으려고 누른 흔적은 있는 표다. 기계로 검표를 하면 이런 표는 당연히 무효다. 하지만 사람이 검표를 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분명히 찍으려고 시도는 했다. 그런데 노인들이라 힘이 없어 그랬는지 아니면 구멍뚫는 기구가 부실해서였는지 몰라도 구멍은 안났다. 그 표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 그게 논쟁의 핵심이다.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이 문제까지 명확히 정리를 해 줬으면 간단할텐데 대법원은 "그건 각 카운티에서 알아서 하라" 고 넘어갔다. 그러면서 일리노이주의 사례를 슬쩍 언급했다.

일리노이주에선 구멍이 안 났어도 구멍을 뚫으려고 한 흔적이 분명하면 유효표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부시가 주지사로 있는 텍사스에서도 그렇다고 한다.

이쯤 되니 고어측은 보조개 표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큰 소리를 치고 나섰다. 기표란 네 귀퉁이 중 어느 한군데라도 뚫려 있으면 유효표인 건 물론이고 흔적만 남았어도 유권자의 의지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도 22일자 사설에서 "유권자가 누굴 찍으려고 했느냐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 고 거들고 나섰다.

반면 부시측은 "그런 식으로 나오면 우린 재검표 전체를 인정 못한다" 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두 후보로선 그럴 수밖에 없다. 보조개 표를 인정하느냐 안하느냐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뒤바뀔 형국이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주에서 재검표를 하고 있는 카운티는 팜비치와 마이애미 - 데이드, 그리고 브로워드 등 세 군데다.

재검표를 하기 전까지 플로리다 주정부는 부시가 고어보다 9백30표를 더 얻은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한데 플로리다 주정부가 부시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무효 처리된 해외 부재자 표 1천표 중 일부를 집계에 포함하라고 지시했다. 따라서 부시는 최종적으로 약 1천 수백표를 고어보다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고어로선 재검표에서 그보다 더 얻으면 이기는 것이다. 세 개 카운티에서 무효로 판정된 표는 약 2만7천표. 카운티마다 재검표 속도가 달라 정확한 수치는 안 나오지만 고어는 현재까지의 재검표에서 2백78표 정도를 더 얻고 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민주당은 보조개 표가 집계에 포함되면 고어가 이기고 그렇지 않으면 진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따라서 결사적이다.

이에 대해 공화당의 상.하원 의원들은 보조개 표를 포함시켜 고어가 이기는 사태가 오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경우 엄청난 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 결정이 나왔지만 미국의 대선 전쟁은 종전되려면 아직도 먼 것 같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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