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일제 피해자들 보상 앞장선 최봉태 변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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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아직 2차대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정신대 할머니와 강제 징용자.원폭 피해자들의 고통을 끝내는 것이 진정한 전쟁의 종식입니다. 이런 과정이 없는 한.일간의 과거 역사 청산은 무의미합니다. "

좀 색다른 시각에서 한.일간의 과거사를 청산해 보겠다고 나선 최봉태(崔鳳泰.38.법무법인 삼일)변호사의 주장이다.

'색다른 시각' 이란 '법적' 인 차원에서의 접근을 일컫는다는 그는 이달말께 서울지법에 유골반환청구소송을 낼 예정이다.

일본 정부가 1948년 당시 한국 정부로 보냈다는 태평양전쟁 희생자의 유골이 유족들에게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고는 유족인 宋모(71.서울 강서구 화곡동)씨 등 3명. 지난 9월에는 미국 변호사들과 연계해 컬럼비아 연방지방재판소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원고는 한국.필리핀.대만.중국 출신 정신대 할머니 15명이었다.

이에 앞서 5월에는 일본 미쯔비시(三菱)중공업에서 작업을 하다 45년 8월 피폭된 朴모(76)씨 등 6명의 소송을 부산지법에 내 세번째 재판을 앞두고 있다.

崔변호사가 이 문제에 매달리기 시작한 것은 변호사 개업을 하던 92년부터. "국민들이 갖고 있는 막연한 반일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법률가로서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

그래서 내린 결론이 법적인 청산. 법률사무소의 이름도 3.1절을 뜻하는 '삼일' 로 지었다. 일본을 좀더 알기 위해 94년 3월엔 도쿄(東京)로 건너가 97년 도쿄대 대학원에서 노동법을 공부한 뒤 법학석사 학위도 받았다.

전쟁 당시 일본 군수업체에서 강제노역을 했던 사람들의 문제를 끄집어내기 위해 전공분야도 '노동법' 을 선택했다고 한다.

내년에 있을 굵직굵직한 소송을 앞두고 동분서주하고 있는 그는 "단순한 반일감정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온 피해자들의 인권을 되찾아 주고 싶을 뿐" 이라고 말했다.

그는 "희생자들이 살아있는 동안 법적으로 문제가 매듭지어져야 하고, 그것이 양국 화해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 이라고 강조했다.

대구 출신으로 대구고.서울대 법대를 거쳐 89년 사법시험(31회)에 합격한 崔변호사는 전쟁 피해자들의 문제를 알리는 '전후보상속보' 를 매주 발행, 일본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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