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트롤] 현대건설 해법 이번주가 고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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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주는 변별력(사물의 선악과 시비를 분별하는 힘)이 없는 우리 사회의 우울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교육부와 대학의 힘겨루기로 평균 90점을 넘어도 마땅한 대학을 갈 수 없게 만든 대학수능평가, 망해야 할 기업을 퇴출한다면서 반대로 워크아웃.화의.법정관리 등과 같은 목숨연명장치의 남발, 공적자금 투입결정 등 산적한 현안을 도외시한 채 자기붕괴 과정에 빠진 국회 등-.

경제쪽의 최대 난제인 현대건설.대우자동차에 대한 해법이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는 것도 사측-노조-경제당국-정치의 변별력 상실 탓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각 부문에서 신뢰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자.

30년 전 가격파괴를 선언하며 출범, 승승장구하던 일본의 소매그룹인 다이에(매상고 약50조원, 그룹사 1백80개)가 난파된 것이나 1백년 이상 미국 금융계에 군림해온 명문은행 JP 모건이 체이스 맨해튼은행에 합병된 것이 엊그제다.

다이에는 창업자의 구심력 상실과 한 방향으로 밀어붙인 확대노선이 난파의 원인이 됐다.

JP 모건은 금융 니즈가 고도화하는데 국민 예금을 기반으로 한 신용창조에 머물러 발빠르게 상업은행에서 투자은행으로 변신하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

지금까지의 성공체험에 집착해 변혁할 수 없는 체질이 됨으로써 나타난 '성공의 복수' 인 셈이다.

현대.대우그룹이 망가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다른 것이 있다면 다이에나 JP 모건의 경우는 재빨리 국민(주주)들에게 사과하고 양해를 구한 뒤 자구책을 내놨다는 점이다. 제도권의 지원도 당연히 뒤따랐다.

이번주엔 현대의 자구책이 마침내 나올 것이고 대우차도 협력업체, 노조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요즘 주식값이 빠지고 있는데 대해 일부 경제전문가들의 의미있는 분석이 있다.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한 기업수익에 대한 과대한 기대가 수정되고 있는 과정이며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위한 경기감속을 축으로 세계경제가 자기 실력대로 성장궤도로 돌아가고 있다."

이 대목에선 우리도 가능성이 있다.

미래기술산업으로 각광받을 위성사업과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사업을 위한 업계의 본격적인 합종연횡과 대규모 투자계획이 이번주부터 선보일 것이고 휴대폰과 셋톱박스 같은 제품의 수출호조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환란때 IT에서 활로를 찾았듯이 변혁기의 경제대책으로 다시 한번 IT를 주시해야 할 때다.

곽재원 <정보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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