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의 비이성적 형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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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주당은 국민적 심판을 받아 마땅할 탄핵감이다.

검찰총장 탄핵안을 처리하는 지난 주말의 이틀간 민주당은 공당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렸을 뿐 아니라 각종 법규와 절차를 무시하고 그들이 주장해온 모든 약속과 다짐을 어겼다.

합법적으로 국정을 운영해 나갈 능력을 상실한 민주당 지도부는 그들 행위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민주당은 툭하면 국회법 절차를 무시했던 권위주의시대의 악습을 답습했다. 민주당은 검찰총장 탄핵안을 무산시키기 위해 표결 불참 등의 편법을 동원하려 했다.

그러다가 자민련 일부 의원들의 이탈로 탄핵안 통과가 확실시되자 국회의장을 물리적으로 제어함으로써 탄핵안 상정과 표결을 저지했다.

이는 명백한 국회법 위반이다. 이는 국회법에 따라 모든 것을 표결 처리하면 된다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말과도 전적으로 위배된다.

민주당은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법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왜 총무회담에서 탄핵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에 동의했었던가.

더군다나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안이 법적으로 성립될 수 있다는 많은 법리적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이를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논리 아닌가.

민주당은 검찰을 정치적으로 비호한 의혹을 증폭시켰다. 검찰은 최근 많은 사건과 관련해 불신받고 있다.

더군다나 선관위가 검찰의 선거관련 수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재정(裁定)신청을 하지 않았는가.

또 이미 민주당은 그들 내부의 의총에서 선거법 기소와 관련해 검찰측과 사전협의했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권검(權檢)유착 의혹을 준 바 있다. 그런 의혹을 받는 정당이 검찰총장 탄핵안에 결사반대하는 것은 오히려 의혹만 키우지 않겠는가.

민주당은 경제적 조치들을 희생시킨 정치적 무능과 무책임으로도 국민적 비난을 면키 어렵다. 정치적 의혹과 국민의 불신을 받는 검찰에 대해 탄핵안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이 마땅치 않다면 타당한 이유와 설득으로 그 부당성을 지적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여당의 몫이다.

그럼에도 국회 일정을 무시하고 그로 인해 공적자금 등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할 것까지 각오하면서 무조건 탄핵안 저지에만 나섰으니 이는 여당으로서의 책무를 다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아마도 검찰총장 탄핵안이 무리하고 정략적이기만 했다면 야당의 정치공세가 국민의 비판대상이 되지 않았을 턱이 없다.

그러나 시중 여론은 전혀 그렇지 않다. 자민련 일부 의원이 당내의 끈질긴 설득에도 불구하고 탄핵안 표결에 참여코자 한 것도 이런 국민적 여론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 이런 민심을 읽지 못하고 오로지 그들 정당의 이해와 정권의 이해에만 매달린다면 과연 탄핵 대상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민주당이 최소한 국회를 정상적인 규범과 절차에 따라 가동시키는 정치적 상식과 이성을 회복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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