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박스] 한대수 8집 앨범 '영원한 고독'으로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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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모든 것이 '화폐' 위주인 세상에 음악도 완전히 비지니스화 했어요. 그런 환경에서 화폐에 신경 안 쓰고 판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고 제게 음악적 복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JSA' 가 관객 몰이에 성공하며 호평을 받은 데는 적절한 음악 사용도 단단히 한몫했다.

젊어서 죽어 더욱 그리운 고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 와 함께 배경 음악으로 사용된 노래는 한국 모던 포크의 시조 한대수씨의 '하룻밤' 과 '하루아침' .

지루한 초소 안의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노래들은 적과 형제라는 상반된 정체성 사이에서 어쩔줄 몰라 하는 남북 병사들의 쓸쓸한 심정을 보는 이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면서 새삼 그의 음악을 그리워하게 했다.

1970년대 '물 좀 주소' '행복의 나라' 등 명곡들을 남긴 채 유신 치하의 억압적인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미국으로 떠났던 그. 올해 쉰셋인 이 노장이 최근 발표한 8집 앨범 'Eternal Sorrow-영원한 고독' 은 결코 행복했다고는 할 수 없는 그의 음악 인생을 결산하는 의미를 담았다.

그가 미국.일본이 아닌 고국에서 앨범을 제작, 발표한 것은 지난 89년 3집 '무한대' 이후 11년만의 일.

"사람은 결국 혼자 태어나 홀로 세상을 떠나는, 그러면서도 끝내 그 고독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애잔한 존재지요. 새 앨범의 제목은 사람들의 그런 고독을 표현하고 위로하는 의미에서 붙인 겁니다."

그는 "싱어송라이터로서 마지막 음반이 될 것 같다. 문제는 결국 음악적 영감인데, 쉰살을 넘으면서 한계를 느낀다" 고 말했지만 포크는 물론 하드록과 펑키 댄스까지 아우른 새 음반에는 한대수류(流)라고 불러 마땅할 싱싱함과 기운이 가득하다.

통곡하는 한씨의 얼굴을 흑백으로 가득 담은 앨범 표지 사진이 그의 인생을 단박에 포착한 듯 해 무척 인상적이다.

이 진정한 뮤지션의 음악이 마지막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기를 기원한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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