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부시 '대선고지' 에 한발 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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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 차기 대통령의 열쇠를 쥔 플로리다주 개표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17일 오전 주 순회법원이 수작업 재개표의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공화당원 캐서린 해리스 주 내무장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로써 수(手)개표로 전세를 완전히 뒤집어 승리를 얻으려 한 고어측의 전략은 일단 큰 벽에 부닥치게 됐다.

고어측은 주 대법원의 최종결정에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반면 부시측은 굳히기 전략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장관은 17일 자정까지 해외부재자 투표가 도착하면 개표를 거쳐 18일 중 주 선거결과를 공식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그 전에 주 상급법원의 새로운 긴급명령이 나오지 않는 한 이는 예정대로 진행될 듯하다.

부시 진영은 기계식 검표에서 얻은 3백표 리드에다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해외부재자 표가 최종승리를 안겨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80년 이래 플로리다 주의 대선 해외부재자 투표에선 민주당이 승리한 적이 없다.

민주당측은 올해는 사정이 달라 이스라엘 거주 유대인들이 조셉 리버먼 부통령 후보를 밀기 위해 대거 고어를 찍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해외민주당 이스라엘 지부의 셸던 쇼러는 뉴욕타임스에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미국시민권자 중 등록 유권자는 3천~4천명이며 이 중 1천5백명 정도는 투표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고 말했다.

하지만 만약 다른 해외부재자들이 투표한 비율과 비슷하게 유대인들도 투표했다면 그 수는 수백표에 머무를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부시 진영은 설사 유대인표가 고어에게 몰려도 공화당 지지 군인표 등으로 부시가 우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법정 대회전(大會戰)은 크게 두 군데다.

우선 고어측이 수개표 결과를 인정받기 위해 주 상급심에 제기하는 소송이다.

고어측은 7명 전원이 민주당 소속인 주 대법원에 상당한 희망을 걸고 있다.

주 대법원은 16일 팜비치 카운티에 재개표를 허용한 적이 있다.

다른 하나는 부시측이 애틀랜타 연방 고등법원에 제기해 놓고 있는 '수개표 금지 연방소송' 이다. 공판은 20일로 예정돼 있다.

만약 주 대법원 소송에서 고어측이 지법의 패배를 설욕해 수개표의 유효성을 인정받으면 부시측은 이 연방소송에 크게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된다.

부시측은 고어 진영이 진행하고 있는 일부 카운티의 수작업 재검표가 다른 유권자들의 동등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어서 수정헌법 14조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고어측은 플로리다 주가 판단할 문제를 연방법원이 결정하면 주와 연방간의 권리 구별을 규정한 수정헌법 10조를 어기게 되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부시는 16일 자신이 고어처럼 재검표 싸움에 매달리지는 않는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전략인 듯 총 1백20여만표 중 자신이 4천여표 뒤진 것으로 나타난 아이오와의 재개표 요구를 포기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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