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칙 우회상장에 칼 뺐다 … 1161억 세금 추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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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우회상장을 하면서 거액의 증여세를 내지 않은 기업주들에게 1000억원대의 세금이 부과됐다.

국세청은 지난해 우회상장을 한 기업 9곳에 대해 세무조사를 해 세금을 포탈한 기업주 등에게 총 1161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기업주들은 대부분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법인의 사주들이다. 이들은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을 인수한 뒤 차명으로 갖고 있던 비상장 기업의 주식을 10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평가해서 코스닥 상장 기업의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우회상장, 막대한 이익을 내고도 증여세를 안 냈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강모씨 등 3명은 2005년 비상장 법인 A사의 주식 3만7000주(지분 43%)를 B씨의 이름으로 사들였다. 이들은 한 달 뒤 별도 설립한 유령회사인 C사를 통해 코스닥 법인 D사의 지분 46%도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했다. 두 달 뒤 강씨 등은 주당 5만원 정도이던 A사의 주식을 주당 58만1000원으로 평가한 뒤 전량을 D사에 양도하고 D사의 신주를 받는 방식으로 우회상장했다. 강씨 등은 원래 평가액보다 훨씬 많은 D사 주식을 받아 317억원의 이익을 얻었지만 세금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이에 따라 강씨 등에게는 183억원, 강씨 등에게 이름을 빌려준 B씨에게는 92억원의 증여세를 각각 부과했다.

이외에도 편법으로 우회상장한 뒤 호재성 발표로 주가가 뛰었을 때 보유 주식을 팔아 거액을 챙기고도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거나 주식 매각대금을 2세 등에게 변칙 증여한 사람들도 적발됐다.

송광조 국세청 조사국장은 “변칙적인 우회상장을 통해 탈세를 하면 많은 소액 투자자들도 손실을 입어 자본시장 발전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8월 발표한 ‘국세 행정 변화 방안’에서 재산가들의 변칙적인 상속·증여 차단을 중점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고 세무조사를 해왔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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