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어떻기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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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의 투표 용지는 어떻게 생겼기에 자동 검표기로 두번이나 검표를 하고도 다시 사람 손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시비가 나오는 걸까. 팜비치 등 플로리다주의 일부 카운티는 유권자가 철필로 구멍을 뚫게 도안된 투표용지를 사용했다. 집계는 이 투표용지들을 기계에 넣어 자동으로 계산되게 했다.

문제는 팜비치 지역은 미국 전역에서 가장 노령인구가 많은 곳 중 하나고, 따라서 팔 힘이 약한 노인들이 구멍을 제대로 뚫지 못했다는 데 있다. 구멍이 깨끗하게 뚫리지 않고 떨어져 나간 종이밥(chad)이 붙어 있으면 개표 기계는 이것을 읽지 못한다. 무효표로 처리하는 것이다.

기계로 재검표를 할 때마다 틀리는 건 처음엔 붙어 있던 종이조각이 두번째 검표 땐 떨어져 다시 유효표로 계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로리다주 선거법에 따르면 구멍이 제대로 안 뚫렸어도 투표용지에 기표를 하려고 시도한 흔적이 있으면 유효표다.

종이가 투표용지에 달랑달랑 매달려 있는 것은 물론 유효다. 한쪽 귀퉁이만 잘려 있는 것은 논란이 되고 있다. 눌린 흔적만 있으면 무효표다(일부 카운티에선 유동적).

팜비치 카운티에서는 표본적으로 4천3백표를 손으로 확인했는데 약 50표가 새로 유효표로 분류됐다. 고어표가 19표나 더 많았다.

그러니 고어는 "표를 도둑맞았다" 는 것이고 부시측은 "과거에도 있었던 문제인데 왜 이제와서 난리냐" 고 비난하는 것이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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