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독립선포' 기념일 유혈충돌 격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예루살렘.카이로=연합] 팔레스타인은 상징적 독립선포 12주년 기념일인 15일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 점령지역이 팔레스타인의 영토임을 과시하기 위한 '특별행동' 에 나서 이스라엘군과 최근 한달새 가장 격렬한 유혈충돌을 벌였다.

이날은 또 중동평화를 위해 헌신했던 고(故)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 부인 레아 여사 장례일이었으나 양측 충돌이 격화된데다 힐러리 클린턴 등 서방 각국 추모사절을 제외한 주변 아랍국 지도자들은 아무도 모습을 보이지 않아 중동평화 정착이 요원함을 상징했다.

팔레스타인 군중들은 이날 이스라엘군에 의해 사살된 소년 2명의 장례식을 마친 뒤 격렬한 시위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탱크 등을 동원해 미리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를 봉쇄한 채 시위대와 대치하다 발포, 양측간 총격전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 8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은 또 16일 새벽 공격용 헬리콥터를 동원해 요르단강 서안 4개 팔레스타인 목표물들을 공격했다.

그러나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국가평의회장은 예년과 달리 독립선포 기념일 연설을 하지 않은 채 국제사회에 평화협상이 진전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하는 비교적 온건한 자세를 보였다.

아라파트는 추모사에서 "평화 외에는 대안이 없다" 며 무력충돌 중단을 호소했지만 팔레스타인 고위 인사들은 이날 "이스라엘을 물리치고 팔레스타인 국가를 설립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 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밤 안보장관 회의를 주재, 팔레스타인 시위에 적극 대처하되 사태가 악화돼 외국의 간섭을 끌어들이려는 팔레스타인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도록 무력사용을 적절히 자제키로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