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법관 10여 명 잇단 로펌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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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사직서를 제출한 10여 명의 고위 법관이 줄줄이 로펌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이달 중 퇴임하는 이태운(62) 서울고법원장은 법무법인 원의 공동 대표변호사로 취임할 예정이다. 박국수(63) 사법연수원장은 법무법인 대륙아주, 김용균(56) 서울행정·가정법원장은 법무법인 바른, 이인재 서울중앙지법원장은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출근할 계획이다.

지방의 법원장들은 퇴직 전까지 근무한 지역에서 새 둥지를 튼다. 이기중(57) 부산고법원장은 부산에 있는 법무법인 정인의 영입 제의를 수락했다. 김관재(57) 광주고법원장, 황영목(59) 대구고법원장은 각각 광주, 대구에서 변호사 개업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직을 앞두고 있는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은 대부분 대형 로펌 행을 결정했다.

고위 법관들이 대거 로펌으로 가면서 ‘전관예우’ 논란이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은 “전관 출신인 변호사 선임 여부에 따라 형사재판의 양형(형량 결정)이 달라지는 것은 법조계에서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전관예우 관행이 없어지지 않는 한 국민들의 사법 불신도 사라지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판사는 “실제로 고위 법관 출신들이 법정에 들어서는 일은 거의 없다”며 “오히려 법원 앞에 개인사무실을 차리는 것보다 로펌에서 자문을 하는 것이 퇴직 법관으로서 재판에 영향을 덜 주는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퇴직 후 법무법인 등에 취업하는 과정에서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라고 일선 판사들에게 권고한 바 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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