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 OFF 지대’ 온라인 펀드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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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펀드 환매가 줄을 잇고 있지만 온라인 펀드는 ‘나홀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온라인 펀드 설정액은 1조2594억원으로 지난해 1월(1조124억원)에 비해 24.4%가 늘었다. 온라인 펀드 숫자도 478개에서 650개로 증가했다.

펀드 시장의 전반적 침체 속에 온라인 펀드가 나름대로 선전하는 것은 저렴한 수수료와 손쉬운 가입 절차 때문이다. 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이 줄고, 펀드 거래세가 부과되면서 기대수익률이 낮아지자 똑똑해진 고객들이 저렴한 수수료를 찾아 움직인 것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보수율은 오프라인 펀드(1.64%)가 온라인 펀드(1.40%)보다 높다. 개별펀드도 마찬가지다. 한국투자운용이 만든 ‘삼성그룹 적립식증권투자신탁2’의 경우 오프라인으로 가입하면 보수를 2.4%로 내야 하지만 온라인으로 가입하면 2.07%로 낮아진다. 온라인 펀드라고 해도 운용은 다른 클래스 상품과 같이 하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발 빠르게 움직인 것만으로도 돈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자본시장통합법 발효에 따른 반사이익도 있다. 오프라인에서 펀드에 가입하는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영업점을 방문할 필요 없이 인터넷을 통해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펀드에 투자자가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해당 펀드 판매사(은행·증권사 등)의 계좌가 있으면 ‘온라인 펀드몰’에 접속해 펀드에 가입할 수 있고, 입금과 환매도 자유롭다.

다양해진 상품과 더 편리해진 온라인 시스템도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그동안 온라인 펀드는 구조가 복잡하지 않아 상담받을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인덱스 펀드가 주를 이뤘다. 실제로 온라인 펀드의 전체 판매 비중에서 인덱스형이 43.7%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1년 전에 비해 테마주(16%→24.1%)와 가치주(7.3%→10%) 펀드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테마형 펀드인 한국투신의 ‘삼성그룹 적립식 펀드’의 설정액은 1년 전에 비해 317억원 늘어났다. 오프라인에서 주목받은 뒤 온라인에서 맹위를 떨치는 식이다.

이처럼 투자자의 관심이 늘어나자 대부분의 펀드가 온라인용으로 변신해 출시되고 있다. 마케팅도 다양해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스마트폰을 경품으로 내걸고 온라인 펀드 판매에 나서고 있다.

현대증권 오온수 연구원은 “국내 펀드 시장이 기대수익률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겠지만 수수료 등 비용에 민감한 투자자를 중심으로 온라인 펀드가 틈새 시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입과 환매가 쉽다는 온라인 펀드의 장점이 장기투자엔 방해가 될 수 있다. 또 창구에서 상담 없이 펀드 가입이 이뤄지는 탓에 투자자가 직접 시장 정보를 찾고 고민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메리츠증권 박현철 연구원은 “온라인 펀드의 경우 매매가 쉽기 때문에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쉽게 환매에 나설 경우 투자 당시 세웠던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가 깨질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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