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방어 위해 파생상품 시장 개입해 정부 대규모 투자 손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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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 파생상품 시장에 개입해 대규모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재정경제부는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서 지난 1~8월 외국환평형기금(외평채) 이자 지급액이 3조1132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연간 외평채 이자지급액 1조6618억원의 두배에 이르는 규모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 통계에는 순수 외평채라고 할 수 있는 원화표시 외평채와 외화표시 외평채에 대한 이자와 파생상품 투자에 따른 손실, 외평채 발행을 위해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서 빌려온 돈에 대한 이자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 관계자는 "1~7월 중 원화.외화 표시 외평채에 대한 이자 비용은 1조400여억원이었다"며 "8월까지 이자는 1조30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재경부가 밝힌 이자 지급액이 한은의 이자비용 추정액보다 1조8000여억원이 많은 셈이다.

최중경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한은 통계와 차이가 나는 금액의 상당 부분은 파생상품 투자에서 생긴 이자 부담"이라고 밝히고, "투기세력에 의한 외환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지출한 불가피한 비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인 외평채를 발행하면 이자 부담이 5~10년이 갈 수 있지만 파생상품은 상황이 좋아지면 이자 부담을 단기에 털 수도 있기 때문에 당시 판단은 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현물환시장에 비해 손실 위험이 훨씬 큰 외환 스와프나 역외선물환(NDF)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외선물환시장(NDF)=외환거래와 관련된 각종 규제를 피하기 위해 규제가 적은 다른 나라에 형성된 선물환 시장을 말한다. 만기에 원금 교환 없이 선물 환율과 실제 환율의 차이만 정산하기 때문에 적은 자금으로 환율 방어를 할 수 있지만 위험부담이 크다.

◆외환 스와프(swap)=현물환과 선물환을 동시에 같은 금액으로 맞바꾸는 거래가 대표적이다. 환율 방어용으로 쓸 때는 정부가 보유한 달러 중 일부를 원화와 맞바꾼 뒤 1~3개월 뒤 되돌려주는 스와프 계약을 주로 한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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