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땅 수천만평 행정착오 한국 '편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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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경기도 파주시와 강원도 인제군 등 군사분계선(MDL.휴전선)북쪽에 있는 북한 땅 수천만평이 행정 착오로 대한민국 행정구역에 편입된 사실이 12일 밝혀졌다.

이들 북한 땅 중 경의선 복원구간 인근지역은 개인 소유권 등기까지 돼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나 행정자치부는 이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본사 취재 과정에서 인제군청은 서화면 이포리 등 3개 리에 걸친 3천8백62만평의 토지대장 등록 토지가 실제로는 북한땅임을 시인했다.

인제군은 1960년대 이후 북한 접경지역 땅 4천6백22만평의 지적(地籍)을 복구했으나 83% 정도가 북한땅인 것이다.

군청측은 "출입통제 구역이라 측량을 못해 이런 일이 생겼다" 고 말했다.

또 본사 취재진이 군부대 관계자의 협조로 파주시 장단면 동장리 일대 지역을 확인한 결과 尹모(81.미국 뉴욕 거주)씨 소유 10여만평 등 토지대장에 등록된 수십만평의 땅이 MDL 이북에 있었다.

이 땅은 파주시청의 토지대장에 지번과 소유자가 등록돼 있을 뿐 아니라 지난해 1월 평당 1천5백60원으로 공시지가까지 매겨진 상태다.

尹씨의 땅 중 약 3만평은 96년 柳모(54.서울 서초구 방배동)씨 등에게 팔렸으며 柳씨 등은 지금까지 꼬박꼬박 토지재산세를 내고 있다.

문산읍 D부동산 관계자는 "경의선 복원 발표 뒤 동장리 일대 북한 땅이 공시지가의 5배인 5천원 이상에 팔리고 있다" 며 "주로 실향민이나 투기꾼들이 남북관계 진전을 기대해 소유권등기를 근거로 매매하고 있다" 고 말했다.

문제의 북한 땅은 파주시청이 80년 민통선 지역의 지적을 측량 없이 '1912년 일제 토지조사부' 에 따라 복구한 곳이다.

파주시청측은 "현재도 지뢰 등 문제로 측량은 거의 불가능하다" 고 밝혔다.

60년대 이후 지금까지 경기도 연천군 등 MDL 접경 경기.강원도의 7개 시.군이 모두 일제시대 자료 등에 의존, 약 2억평의 지적을 복구했다. 따라서 이중 북한 땅이 적어도 수천만평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83년 '수복지역 내 소유자 미복구 토지의 복구 등록에 관한 특별조치법' 상 적용 대상은 MDL 이남으로 한정했다" 면서 "일부 북한 땅이 포함됐다면 이는 관할 시.군의 실수" 라고 말했다.

토지 관련 소송 전문가인 백승현(白承鉉)변호사는 "이같은 땅을 둘러싸고 적잖은 분쟁이 예상된다" 며 "정부가 실태 조사를 해 지번을 말소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파주〓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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