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세가지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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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제43대 미 대선엔 세개의 시한폭탄이 있다. 수작업에 의한 재검표, 해외 부재자 투표 집계, 그리고 팜비치 카운티 재투표 실시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의 운명을 결정하고 지구촌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폭탄 세개가 플로리다에서 째깍거리고 있는 것이다.

◇ 수작업 재검표〓플로리다주 팜비치 카운티는 12일 전체 투표의 1%를 표본 삼아 수작업으로 재검표한 결과 기계식 재검표 때와 수십표 가량 집계 결과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나 카운티 전체 투표를 수작업으로 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11일 이미 플로리다주 연방법원에 수작업 재검표 중단 명령을 요청한 공화당은 수작업 재검표를 실시해선 안된다고 맞서고 있다.

수작업 재검표 문제가 핵심 사항으로 떠오른 것은 손으로 일일이 재검표를 할 경우 기계식 검표 방식을 사용한 1차 재검표 결과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주에서는 투표용지에 구멍을 뚫은 곳이 많은데 수작업 재검표 실시를 검토 중인 4개 카운티에서만 대략 8만장이 구멍을 잘못 뚫어 1차 개표에서 무효표로 처리됐다.

여기에는 구멍을 두개 이상 뚫은 것과 구멍이 제대로 뚫리지 않은 것이 포함됐는데 문제는 구멍이 뚫리다 만 투표용지다.

이 중에는 천공기에 눌린 흔적은 있지만 구멍은 전혀 뚫리지 않은 것에서부터 손으로 툭치기만 해도 구멍 부분의 종이가 떨어져 나가지만 육안으로는 구멍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까지 2만6천장이 있다.

그래서 어떤 형태까지 기표가 된 것으로 인정하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이 지역의 과거 사례들을 적용해 보면 4개의 카운티가 수작업 재검표를 실시할 경우 대략 3천표가 새로 유효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플로리다주 선거 결과를 완전히 뒤집을 수 있는 수다.

◇ 재투표 실시 여부〓투표용지가 유권자에게 혼동을 일으키도록 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팜비치 카운티는 법원이 재투표 실시를 결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곳 순회법원 판사가 14일 재투표 요구 소송을 낸 두명의 주민을 불러 심리를 할 예정이다. 전례에 비춰 보면 재투표가 실시될 확률은 낮다.

그러나 재투표가 실시될 경우 고어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 지역에서는 현재 2천명 이상이 고어 후보에게 투표를 하려다 투표 방식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팻 뷰캐넌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순회법원이 재투표 실시를 결정해도 부시측에서 이를 승복하지 않을 방침이기 때문에 상급법원에서 장기간 법적 공방이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 해외 부재자 투표〓선거 결과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또 하나의 변수는 대략 3천표 내외로 추정되는 해외 부재자 투표다.

수작업 재검표가 실시돼 양측의 표차가 1천표 이상으로 벌어지면 부재자 투표 결과가 별 의미를 갖지 않을 수 있겠지만 수작업 재검표가 실시되지 않거나, 수작업 재검표에서 수백표의 근소한 차로 나타날 경우 부재자 투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오는 17일까지 도착해야 유효표로 인정되는 해외 부재자 투표의 향방은 아직 알 수 없다. 공화당은 부재자 중 군인들이 많아 자신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유대인 유권자(약 1천명으로 추정)들이 조셉 리버먼 부통령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고어에게 표를 던졌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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