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옥씨 "특정 종교 비하 의도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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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나는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나는 감히 특정 종교를 비방할 이유가 없다. " KBS 1TV에서 '도올의 논어이야기' (매주 금요일밤 10시)를 강의 중인 김용옥씨가 10일 방송에서 일부 기독교계의 '기독교 비하' 주장(본지 10일 13면)에 대해 장시간에 걸쳐 '해명' 했다.

약 25분간에 걸쳐 계속된 이날 해명에서 김씨는 "김용옥이는 신앙이 의심스럽기 때문에 말을 못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일부 사람들이 있다" 고 밝혔다.

그는 모태신앙으로 태어나 유아 때부터 독실한 기독교적인 환경에서 성장한 자신의 집안내력을 소개하면서 고려대 생물학과에 다니다가 한국신학대학에 진학하게 되기까지의 정신적인 성장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특히 자신이 신학을 공부하던 시절 은사였던 안병무 교수에게 "당시 우리 사회를 수세기 동안 지배하던 유학이 썩었기 때문에 기독교에서 희망을 찾았지만 이제는 기독교가 초심(初心)을 잃고 있지는 않은지 자성해야 한다" 고 들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어 "도입 당시 우리 근대사에 그처럼 큰 기대와 희망을 던져줬던 기독교가 현대에 들어서는 그런 희망과 바람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으며 오로지 자기신앙만이 옳다고 고집하는 것은 독선과 아집일 뿐" 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성경의 고린도전서를 인용하면서 "기독교의 본질은 바로 사랑이며 기독교에서 말하는 사랑은 바로 공자의 '인(仁)' 과 일맥상통하는 것" 이라고 했다.

종교를 초월한 성인들의 보편적인 진리를 강조하며 김씨는 "나는 특정종교를 비하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 고 밝혔다.

김씨의 이날 해명은 최근 자신이 TV 강의 도중 행한 기독교 관련 발언에 대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 일부 기독교 단체와 신자들이 '기독교 비하발언' 이라며 KBS에 방송중단을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씨의 해명에 대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박영률 총무는 "성경의 권위자처럼 내비치며 기독교를 다시 폄하해 기독교계 전체가 분개하고 있다" 며 "김씨와는 논의할 가치도 없으니 공영방송인 KBS에 공식 대응하겠다" 고 밝혔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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