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소비자 물가 3.1% 뛰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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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소비자 물가가 9개월 만에 3%대로 뛰어올랐다. 매서운 한파가 이어지며 기름값이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1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4월 3.6% 이래 가장 큰 폭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4월 3~4%대를 넘나들다 5~12월 1~2%대를 유지했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0.4% 올랐다. 지난해 11월(0.2%) 이래 석 달째 오른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석유류에 의해 물가가 거의 1% 올랐기에 상승분의 30% 이상을 석유류가 끌어올린 셈”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지난해 1월 석유제품 값이 떨어진 데 따른 기저효과가 이번에 크게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1월 배럴당 44.1달러에서 올 1월 76.8달러로 74.1% 올랐다.

생선·채소·과실류 등 신선식품지수가 전년 대비 5.2%, 전월 대비 5.5% 각각 오른 것도 전체 물가지수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기승을 부린 한파와 잦은 폭설 등 계절적 특수 요인이 겹친 탓이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소비자 물가만 놓고 보면 전년 대비 2.1%, 전월 대비 0.1% 오르는 데 그쳤다.

품목별로는 농축수산물 중 감자(전년 대비 59%), 갈치(34.4%), 국산 쇠고기(20.8%) 등이 많이 올랐다. 양파(-25.5%), 귤(-19.2%), 쌀(-9.4%) 등은 하락했다. 공업제품 중에서는 휘발유(23.4%), 경유(12.3%), 금반지(13%), 등유(14.5%), 자동차용 LPG(12.9%) 등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공공서비스 중에는 도시가스(7.5%), 택시료(12.1%)가 크게 올랐다. 개인서비스의 경우 유치원 납입금(5.4%), 외식 삼겹살(5.8%), 보습학원비(5.6%)의 오름폭이 컸다. 반면 해외 단체여행비(-12.0%)는 크게 내렸다. 전세는 1.3%, 월세는 1.1% 각각 올랐다.

물가는 ‘이달에도 오른다’는 쪽이 다수다. 다만 재정부는 상승세가 다소 꺾일 것으로 예상한다. 재정부 이억원 물가정책과장은 “농산물 수급 여건 등에 따른 변동성이 있겠으나 기저효과나 최근의 기름값 안정 등을 감안할 때 2월 소비자 물가는 1월보다 상승폭이 줄어들 전망”이라고 밝혔다. 최근 LPG 값이 0.5%, 밀가루 값이 7~8% 하락한 데다 빵·라면 값의 인하 효과가 이달 물가에 반영될 것이란 기대다. 상당수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하고 환율이 안정을 찾고 있는 점도 물가당국이 반기는 일이다. 여기에 ‘역(逆)기저효과’까지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2월엔 소비자 물가가 지난해 최고인 4.1%를 기록한 데다 평균환율이 1429원까지 치솟았다. 유난히 많이 오른 달과 비교하면 올라도 덜 오른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재정부는 올해도 공공요금 인상 등을 최대한 억제해 안정 기조의 고삐를 붙들고 간다는 방침이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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