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박 전 대통령 참모습 알리는게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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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2일 '박정희(朴正熙)기념관 지을 것인가□' 를 주제로 한 MBC 심야토론을 시청했다.

패널로 출연했던 한 교수는 "朴전대통령이 청렴결백한 지도자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후 청와대 금고에서 수억원이 나왔고 스위스 은행에 측근 명의로 상당한 돈을 갖고 있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은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고 토론프로에서 논의된 것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고인의 명예에 심대한 모욕이 됐다고 생각한다.

朴전대통령 집무실 금고에서 발견된 돈을 부정한 축재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대통령은 합법적으로 여러 용도에 사용할 수 있는 정보비.판공비.기밀비 등이 있다. 격려금과 위로금 등으로 쓰이는 돈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그런 비판은 대통령의 직무 내용을 모르는 탁상공론일 뿐이다.

朴전대통령 사후 많은 국민들이 조국에 대한 그의 열정과 헌신적인 노력을 그리워하고 있는 반면 그의 죽음이 민주화를 앞당기고 인권을 신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주장하는 이도 적지 않다.

18년 동안 막강한 권력을 기반으로 이해가 상충하는 집단들을 조정.통합하고 억압하면서까지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추구했던 朴전대통령에 대한 인식과 평가는 사람에 따라 극명한 대조를 이룰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그의 철학이나 사상, 국가 경영, 5.16, 유신(維新)등에 대한 학문적 접근과 비판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본질을 벗어나 朴전대통령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오해에서 비롯된 편견을 가지고 그를 평가하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한 편견과 오해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문제가 朴전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둘러싼 논란이다.

총선 당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이끈 고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기념관 건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현재 기념관 건립을 둘러싼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으며 정부의 의지조차 확인할 수 없다.

이러한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박정희 기념관 건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몇가지를 제안코자 한다.

첫째, 기념관건립추진회의 명예의장을 맡고 있는 金대통령이 명확한 태도를 밝혀야 한다. 그래야만 총선 당시 대구에서 했던 기념관 관련 발언이 영남표를 의식한 정략적 발상이라는 오해를 불식시켜 기념관 건립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다.

둘째, 기념사업회는 박정희 기념도서관 건립 계획을 갖고 있는 서울시에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도서관 건립을 내세우는 서울시는 '기념도서관' 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반대여론을 피하기 위한 발상이다.

정부.서울시간의 문제가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논란과 분쟁의 소지가 있는 기념도서관 건립으로 기울기 십상이다.

셋째, 기념사업회는 기념관 건립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우선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朴전대통령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없애고 고인의 참 모습을 제대로 알리는 일부터 해야 할 것이다.

기념관을 짓는 것은 급한 일이 아니다. 기념관의 유무에 따라 고인의 업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시간을 두고 정부의 지원없이 순수한 민간의 힘으로 기념관을 짓는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고인의 참모습을 알리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더욱 중요한 문제다.

그래야만 국민들의 자발적인 성원과 참여도 뒤따를 것이고, 그렇게 만들어지는 기념관이 우리 모두가 바라는 기념관이 될 것이다.

김두영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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