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기 미망인 '사부곡' 소설로 환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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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 함께 죽자' 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

1998년 안동시 정상동 택지개발지구 고성이씨(固城李氏)묘에서 미이라와 함께 발견된 4백50년전 편지 '사부곡' (思夫曲)이 소설로 환생했다.

안동대 김장동(金章東.54.고전소설.사진)교수는 조선 중기 '원이엄마' 로 알려진 한 여인의 애틋한 남편사랑을 소재로 '4백50년만의 외출' (태학사)이란 장편소설을 집필, 8일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책 제목은 1586년 남편이 31세에 요절하자 아내가 "가시는 길에 읽어 보시라" 며 남편의 관속에 넣은 한글편지가 세상에 알려진 것을 비유해 붙여졌다.

이 편지는 발견 당시 원문을 구하려는 전화가 쇄도하는 등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백88쪽의 소설은 6.25때 8세의 나이로 전쟁고아가 돼 미국에 입양된 후손이 한 의류학자의 도움으로 자신의 손등에 새겨진 문신과 이 편지의 수결(手決)이 일치하는 것을 보고 뿌리를 찾는다는 줄거리다.

金교수는 소설을 쓴 이유에 대해 "요즘 젊은이들에게 애틋한 사랑의 진정을 전하고 싶어서" 라며 "앞으로 현장에 '편지비' 도 세우고 싶다" 고 말했다.

그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몇번씩 원이엄마의 편지를 읽으면서 눈물을 훔쳤다" 며 "당시 무덤에서 나온 다른 편지 17통과 달리 이 편지만 유독 독해가 가능한 것으로 미뤄 편지에 떨어진 눈물이 방부제 역할을 한 것같다" 고 덧붙였다.

金교수는 82년 '월간문학' 에 단편소설 '수사도' (水死圖)로 등단한 뒤, 그동안 우리 고전을 풀어쓴 '소설 향가' '천년 신비의 노래' 등 10여권의 장.단편을 펴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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