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매시장 업·다운계약서 왜 성행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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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부동산 매매시장에서 다운(down)계약서와 업(up)계약서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거래 당사자들이 내야 할 양도소득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혜택은 크지만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직거래 형식으로 거래했을 경우 관계당국의 적발이 쉽지 않은 점도 이 같은 불법 거래를 부추긴다.

◆“다운계약으로 양도세 수억원까지 줄여”=일반적으로 1억원 정도의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3억원 전후의 주택을 매매하면서 5000만원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면 양도세를 1000만~2000만원 정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세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용오 세무사는 “시세차익이 큰 주택일수록 다운계약서 효과는 크다”며 “10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의 경우 양도세를 수억원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투모컨설팅 강공석 사장은 “입주 3년 미만의 새 아파트가 몰려 있는 곳에서 투자 수요와 실수요가 교차하면서 다운계약이 성행한다”고 설명했다. 투자 목적으로 분양받은 사람들이 시세차익을 조금이라도 더 챙기기 위해 다운계약서를 요구한다는 것. 한편으로 요즘 이들 지역에서 집을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실수요자다. 따라서 나중에 집값이 올라도 1주택자로 3년 이상 살면 양도세 부담이 거의 없으므로 거래가 쉽게 성사되는 것이다. 대신 매도자는 집값을 더 깎아줘야 한다. 동탄신도시 M공인 관계자는 “국가에 내는 세금을 매도자와 매수자가 나눠가지는 꼴”이라고 말했다.

업계약서는 현재 계약서를 조금 높게 쓰더라도 1년 후 되팔면서 양도세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적극 요구하는 분위기다. 마포구 합정동 S공인 관계자는 “나중에 지분값이 올라 팔았을 때 세금을 덜 내도록 업계약서를 요구하는 투자자가 많다”면서 “3000만원 이상 업계약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매도자는 이미 거주기간을 채워 양도세 면제 대상이어서 매매가를 조금 높게 신고해도 세금을 내지는 않는다. 대신 업계약서를 써주는 대가로 매수자로부터 집값을 조금 더 받는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S공인 관계자는 “망원동·합정동 일대 빌라 및 다세대 매매가는 2000만~3000만원 높여 업계약서를 쓰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세제 개편 등 대책 필요”=문제는 다운계약서와 업계약서가 불법임에도 매수자·매도자가 직거래 방식으로 계약할 경우 적발이 어렵다. 시세와 거래가가 차이가 많이 나면 조사할 수 있지만 매수자와 매도자가 입을 맞추면 적발이 쉽지 않다. 동탄신도시 불법거래 조사 업무를 맡고 있는 화성시 관계자는 “최근 30건 정도 다운계약서를 의심하고 소명을 요청했지만 다운계약을 확인하지 못해 처벌하지 못했다”며 “불법 거래가 의심돼도 자금 추적권이 없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운계약서나 업계약서는 정확한 시세를 파악하지 못하게 해 거래 시장을 교란할 뿐만 아니라 모르고 불법을 저지르는 선의의 피해자도 만들 수도 있으므로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양도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니만큼 양도세에 대한 세율을 상황에 따라 낮출 수 있도록 세분화해 관리하고 지자체 등에 단속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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