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사회 개방돼도 김정일체제 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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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헨렌 루이스 헌터 박사(사진)는 1959년부터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20년간 북한문제를 다뤄온 북한 전문가다. 최근 한.미 안보연구회(회장 柳陽洙)초청으로 서울을 방문한 헌터 박사를 만났다.

- CIA에서 담당한 업무는.

"CIA에 선임 분석관으로 재직하면서 주로 사회학적 시각에서 북한 문제를 다뤘다. 특히 북한 망명자와 서방측 자료를 통해 지난 50년간 장기 집권한 김일성(金日成)주석이 북한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집중 분석했다. "

- 북한 사회의 특징은.

"북한사회의 특징으로 3C를 꼽고 싶다. ▶계급(Class)▶우상숭배(Cult)▶통제(Control)가 그것이다.

북한의 사회구조는 지난 반세기 동안 완전히 뒤바뀌었다. 지금 북한을 지배하는 그룹은 과거 일제시대 때 노동자.농민 출신이 대부분이다. 북한 사회의 내구성이 견고하다는 얘기다. "

- 북한 엘리트들의 성향은.

"북한 남자 중 10% 미만의 소수 계층은 군대를 가지 않는다. 이들은 평양의 고급고등학교를 졸업해 바로 김일성대학에 입학한다.

또 신분을 세습하는 관습에 따라 이들 대부분은 졸업후 당 간부로 중용된다. 이들은 옛 소련의 경우처럼 특권층으로서 각종 권리를 누린다.

반면 군대에 입대한 일반인중 단 5%가 대학에 진학할 뿐이다. 엘리트와 일반인 모두 김일성에 대해 충성심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 북한사회의 개방 가능성은.

"회의적이다. 과거 김일성은 중국.소련에 누차 '개방' 을 약속하고 지키지 않았다. 지금 김정일도 외국의 구호물자 확보를 위해 같은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지 모른다. 개인적으로 대북 지원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원조를 하더라도 쌀이나 밀가루 같은 최종재를 주어서는 안된다. 그 대신 식량 증산에 필요한 비료나 농기구 같은 중간재를 제공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북한은 강력한 우상숭배와 사회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설사 개방을 하더라도 김정일 체제는 유지될 것이다. "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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