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아빠 만들기] 9. 금융상품 선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부자들은 습관적으로 조금이라도 수익을 더 올릴 수 있는 길을 선택한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철저하게 수익을 따져서 투자하기 보다는 대강 금융상품을 선택하기 일쑤란 얘기다. 바로 이것이 부자 이빠와 가난한 아빠의 갈림길이다.

비과세 가계저축은 1996년 10월 한시적 상품으로 등장했다. 저축 후 3년만 지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었기에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문제는 이 상품에 '복선' 이 깔려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해 높은 수익을 올리는데 실패했다.

비과세 가계저축은 저축(확정금리)과 신탁(실적배당)에 모두 가입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또 중간에 시장금리 여건에 따라 신탁에서 저축으로, 저축에서 신탁으로 매월 붓는 저축금액을 월 1백만원 한도에서 자유롭게 바꾸는 것도 가능했다.

대기업체 부장인 이정현(48.서울 송파동)씨는 월 1백만원씩 4년간 비과세 가계저축에만 돈을 부었다.

96년 당시 비과세 가계신탁은 수익률이 연 14~15%, 가계저축은 연 12%였다.

게다가 비과세 가계저축 수익률은 정기적금 금리에 따라 움직이게 돼있어 3년이 지난 99년부터는 연 8.5%로 낮아졌다.

반면 주부 김수미(37.경기도 산본동)씨는 수익률이 높은 비과세 가계신탁에 월 1백만원씩을 불입했다. 비과세 신탁 배당률은 지금도 연 9%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씨와 김씨의 투자결과는 4년이 지난 현재 큰 차이를 내고 있다.

똑같이 월 1백만원씩을 부었지만 이씨의 원리금은 5천8백30만원가량, 주부 김씨는 6천2백80만원 가량으로 약 4백50만원이나 더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이다.

같은 상품이라도 상품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기회를 놓치지 않는 투자와 '아무 생각없는 투자' 가 빚어낸 차이다.

비슷한 예는 얼마든지 있다. 연봉 2천만원의 벤처기업 직원인 박창호(27.서울 구의동)씨는 현재 연 9%의 5년짜리 근로자우대저축(비과세)에 월 50만원씩을 붓고 있다.

박씨는 만기가 되는 5년 뒤 약 3천6백90만원의 원리금을 받게 되므로 6백90만원의 이자소득을 올리게 된다.

달리 더 좋은 선택은 없었을까□박씨가 만일 장기주택마련저축이나 개인연금신탁에 가입했다면 비과세 혜택에다가 소득공제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물론 장기주택마련저축과 개인연금신탁의 저축기간은 각각 7년.10년 이상으로 상대적으로 만기가 더 길기는 하지만 이왕 목돈 마련을 위해 5년 이상의 장기저축을 할 바엔 더 많은 혜택을 받는 상품에 가입하는 게 기본이다.

박씨가 7년짜리 장기주택마련저축에 월 50만원씩 넣었다면 소득공제(종전 1백80만원에서 올해부터 3백만원까지 가능)로만 연 2백40만원(연간 납입금 6백만원의 40%)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때 소득공제로 인한 절세 효과는 소득세.주민세를 합해 1년에 약 53만원(2백40만원의 22%)이므로, 5년간 모두 2백65만원의 이득을 보는 셈이다.

이는 박씨가 근로자우대저축에 가입해 5년후 받게 되는 이자 6백90만원의 약 40%에 달하는 금액이다.

박씨는 비과세만 생각하고 소득공제를 챙기지 않아 그만큼의 돈을 더 벌 기회를 놓친 셈이다.

금융상품을 골라도 알뜰히 최대한 수익을 높이는 것을 찾는 게 중요하다. 상품선택의 요령은 간단하다. 우선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는 비과세 상품을 선택한다.

다음은 금리동향을 따져서 금리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 확정금리를, 오를 것 같으면 변동금리를 골라야 한다.

같은 조건이면 복리상품을 선택하고, 그 중에서도 소득공제가 되는 쪽을 택한다.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면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최소한 0.3%의 이자를 더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둘 만하다.

이렇게 일견 사소해 보이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고 챙기는 것, 부자가 되는 첫 걸음이다.

이건홍 <한미은행 재테크 팀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