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요정 박정현 3집 앨범 내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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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그냥 '새 앨범이 나왔습니다' 라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요. 이 음반엔 지난 1년 동안의 내 인생과 추억, 그리고 내가 배운 것들이 다 담겨 있거든요. 소중한 일기장인 셈이에요. "

'라이브의 요정' 박정현(24)이 말하는 3집 앨범에 대한 설명은 이렇게 시작됐다.

1.2집에 비해 3집에서는 자신이 지금까지 배우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악들을 자연스럽게 들려주고 싶었단다.

그녀는 생김새 만큼이나 귀엽고 솔직하고 털털했다. "열심히 했어요" 라는 틀에 박힌 말은 쓰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말하려는 흔적은 역력했지만 꾸밈은 없었다. 이번 음반 '내추럴리' (자연스럽게)는 그냥 나온 제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에 둥지를 튼 열성팬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벌써 새 음반이 화제다. 음반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감성과 힘을 함께 갖춘 목소리로 리듬 앤드 블루스를 소화해낸 것 뿐만 아니라 펑키한 리듬의 디스코곡, 팝 성향이 강한 록까지 음악의 폭을 넓힌 것이 팬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리듬 앤드 블루스를 그녀의 '무기' 로 알고 있었다면 롤러코스터의 조원선이 노랫말을 짓고 지누가 작곡한 복고적인 디스코 풍의 '싫어' 를 들어봐야 할 것 같다.

MGR가 만든 '힘내' 와 더불어 템포가 빠른 곡들이 탄력있는 보컬을 소유한 그녀만의 새로운 매력을 일깨운다.

'아무말도, 아무것도…' 와 '유 민 에브리싱 투 미' '지금은 아무 것도 아냐' 등은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깔끔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준다.

각 곡마다 생기가 느껴질만큼 탄탄한 연주가 그녀의 개성 강한 보컬을 받쳐주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그래미상 수상자인 피아니스트 마이클 랭이 연주를 해줬고, '스트링 매스터' (현의 달인)로 불리는 폴 벅매스터가 편곡했죠. 거장 엔지니어 데이비드 소너의 믹싱 솜씨도 제 음반에 들어갔어요. "

또 유희열.이규호.하림.나원주.하림 등 국내 작곡자들이 노래에 다양성을 불어넣었으며 '거짓말 처럼' '베터 나우' 는 그녀가 직접 작곡한 곡이다.

"음반을 만들기 전부터 오케스트라 연주를 넣는 등 어쿠스틱한 느낌을 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푸근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 말에요. 음반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그랬어요. 음반 제목 '내추럴리' 야말로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떠올랐죠. "

하지만 그녀의 노래는 흔히 말하는 '가요풍' 이기 보다는 팝에 가깝다.

스스로는 이전의 도회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털어냈다고 하지만 그녀의 '자연스러움' 엔 이국적인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 그녀도 "한국적인 맛을 내는 데는 약하다" 고 실토했다.

앞으로 그녀가 보여줄 성숙의 깊이와 변화의 폭은 그만큼 무궁무진하지 않을까.

이은주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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