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도 리콜 … 일본 제조업 이미지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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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요타자동차가 대규모 리콜을 발표한 데 이어 혼다자동차도 창문 스위치 결함 때문에 전 세계에서 판매된 ‘피트(Fit)’‘재즈(Jazz)’‘시티(City)’ 모델 64만6000대를 리콜한다고 29일 밝혔다. 혼다 측은 미국에서 판매된 14만 대를 포함해 북미·중남미·유럽·남아프리카공화국·아시아(일본 제외)에서 판매된 문제의 모델들이 리콜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일본 제조업 전반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느라 질보다 양에 매달렸고, 지나친 비용 절감이 품질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29일 일본 제품에서 잇따라 결함이 발견되면서 일본의 자부심에 상처가 났다고 보도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의 물건을 만든다는 ‘모노즈쿠리(物造り)’ 이미지에 큰 흠집이 생겼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2004~2008년 일본 내에서 리콜된 자동차 수는 이전 5년의 두 배에 이른다. 자동차만이 아니다. 전자업체인 샤프는 지난 26일 냉장고 100만 대를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1996~2001년 생산한 48종의 냉장고에서 문짝 결함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2008년 일본에서 자동차·식품·약품을 제외한 제품의 안전에 문제가 생겨 리콜을 한 사례는 189건에 이른다. 2005년보다 80% 이상 급증한 것이다. 재팬 리서치인스티튜트의 마미야우치 히로노리 연구원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 공장을 세우고,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경우가 늘면서 품질 관리에 어려움이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도요타의 가속페달은 캐나다 부품 업체가 생산한 것이다.

한편 외신들은 도요타의 리콜이 미국에서 유럽·중국으로 확산하면서 리콜 대수가 1000만 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후유증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도요타를 상대로 네 건의 집단 소송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미국 자동차중개상협회는 이번 사태로 도요타 중개상들이 연 24억700만 달러(약 2조86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도요타 사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미 하원은 다음 달 25일 청문회를 열 방침이다.

미국 포드자동차에도 불똥이 튀었다. 중국에서 판매 중인 ‘트랜싯 클래식’ 모델에 도요타가 사용한 페달과 같은 제품을 쓴 포드는 해당 제품의 중국 생산·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이미 판매된 1만6000여 대는 리콜한다.

도요타는 수습에 나섰다. WSJ는 “도요타가 결함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았다”며 “8개 모델의 생산이 다음 주 재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서도 도요타 차량 조사=국토해양부는 자동차성능연구소에서 우리나라에서 판매된 도요타 차량에 대한 성능 조사를 시작했다고 29일 발표했다. 국토부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리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문제가 된 8개 모델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판매된 것은 캠리 등 2개 모델이며, 모두 6500여 대가 팔렸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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