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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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퇴출 판정 시한을 하루 남겨 놓은 2일에도 정부와 채권단은 현대건설 문제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직까지 조건부 회생은 물론 법정관리나 출자전환 등 현대건설에 대해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며 "3일 오전까지 현대측이 내놓는 자구계획에 따라 현대건설의 운명이 결정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채권단 관계자는 "은행권은 현대건설을 일단 퇴출 기업 판정 기준의 셋째인 '조건부 회생' 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며 이는 "현대가 내놓는 '조건' 에 따라 생사가 바뀐다는 의미" 라고 말했다.

정부.채권단의 입장은 일견 단순명료하다. 공은 현대에 넘어갔으니, 이젠 오로지 현대의 선택에 달렸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2일까지 이미 45개 안팎의 퇴출기업 명단을 확정했다. 대신 현대건설.쌍용양회 등 5개사는 3일 오후 3시에 채권단협의회를 열어 최종 판정키로 했다. 현대측에 마지막 선택을 위한 '충분한' 말미를 주었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채권단은 고합.진도.갑을 등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중견기업 대부분을 매각 등을 통해 회생시키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벌써부터 "기업구조조정이 후퇴한 것 아니냐" 는 의구심이 나도는 가운데 살생부에 오른 기업이 법정관리나 청산으로 정리되는 것인지 매각.합병 등도 가능한 것인지 등 처리방향을 놓고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현대건설 처리, 정해진 지침은 없다"=2일 '현대건설 법정관리 추진' 이 언론에 일제히 보도되자 정부 관계자들은 "언론이 너무 앞서간다" 고 불만을 털어놨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현대의 1차부도 때 대주주인 정몽헌 회장과 오전 3시까지 연락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며 "정부의 처리 방침이 확정됐다면 현대측과 연락할 이유가 있었겠느냐" 고 반문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언론이 너무 몰아붙이면 진짜 그쪽(법정관리)으로 간다" 며 "정부의 입장은 현대문제는 채권단이 (시장원리에 따라) 알아서 결정하도록 한다는 것" 이라고 말했다.

◇ 공은 현대에=정부.채권단은 2일 현대의 동의 없이 채권단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현대건설의 법정관리뿐이란 사실을 분명히 했다.

출자전환은 대주주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자구계획을 어떻게 마련하느냐 하는 것도 오로지 현대의 몫이란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정관리로 가면 현대 계열사나 채권단이 모두 큰 손실을 입게 된다" 며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강력한 자구계획을 내놓든가, 경영권을 포기하고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수용하라는 게 정부.채권단의 입장" 이라고 말했다.

정부.채권단의 이같은 강경 입장에는 현대측이 현대건설을 살릴 자금과 지원책을 충분히 갖고 있으면서도 내부 문제를 이유로 버티고 있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이정재.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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