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소들의 복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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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금 유럽이 난리다.

광우병(BSE)의 인체감염 형태인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 D)' 으로 영국에서만 82명이 사망한데다 앞으로 많게는 수십만에서 수백만명의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는 보도로 광우병 공포가 다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주말 영국에서 14세의 소녀와 74세의 노인이 다시 이 병으로 사망하고 올들어 프랑스에서 광우병이 1백건 이상 새로 발생한 것으로 밝혀지자 유럽 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독일의 타게스슈피겔지는 지난달 31일자 1면 톱으로 "유럽연합(EU)은 광우병 비상대책을 세우라" 고 촉구하면서 프랑스산 쇠고기의 수출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니더작센주 농업장관의 주장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에 대해 영국과 프랑스 농업장관이 자국 쇠고기가 이젠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번 속아본 사람들은 이를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이제 유럽 사람들은 쇠고기를 먹어도 되는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쇠고기를 즐겨 먹어온 자신은 과연 괜찮은지에 대해서도 걱정이 태산이다.

중추신경계의 마비를 초래하는 vCJD는 감염에서 발병까지 오랜 시일이 걸리지만 일단 발병하면 몇달에서 몇년 내에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다.

무엇보다도 아직 치료제가 없으며 프라이온이라는 이 병의 바이러스는 정상적인 조리법으로 파괴할 수 없다는 사실이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제2의 에이즈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이같은 광우병 파동도 다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것이다. 소는 삼척동자도 아는 초식동물이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란 필자는 라면 국물, 특히 쇠고기 라면 국물을 구정물에 붓다가 어머니에게 혼난 적이 있다.

쇠고기 라면 국물이 섞인 구정물로 쇠죽을 쒀서 주면 소가 먹지 않기 때문이다. 소는 그렇게 영민한 동물이다.

그런 소에게 빨리 크게 하려고 양의 내장 같은 폐기물로 만든 동물성 사료를 먹였으니 소들이 이런 괴상하고 무서운 질병으로 인간에게 복수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이에 동의한다. 뒤늦게 이같은 사료의 사용을 금지했으나 이미 광우병이 한참 만연한 뒤였다.

유럽의 광우병 파동이 주는 교훈은 간단명료하다. 신의 섭리, 즉 자연의 섭리를 거역하면 반드시 그 값을 치른다는 것이다.

여러 학설에도 불구하고 에이즈도 신의 섭리를 거역한 인간에게 내린 형벌이란 주장을 나는 믿는다.

유재식 베를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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