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보복범죄가 방치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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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수사기관에 범죄 정보를 제공하거나 신고한 사람들이 경찰 등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보복범죄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발생한 보복범죄는 모두 2454건으로 지난 한해 동안 발생한 건수(2634)에 육박하고 있다.

보복범죄 가운데는 폭력(2241건)이 가장 많았으나 강도(60건).강간(18건) 등 강력범죄도 적지 않아 범죄 신고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지난 8월 한 지방 도시에선 폭행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풀려난 피의자가 자신과 시비를 벌였던 피해자를 찾아가 둔기로 살해한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올해 들어서만 일어난 보복살인이 60건이나 된다고 하니 경찰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마약 범죄나 살인.강간.강도 및 폭력조직의 활동과 관련한 범죄 등의 신고자를 위해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을 제정해 2000년 6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 시행 이후 올 7월까지 전국 검찰청의 범죄신고자 등 신원관리카드에 관리 대상으로 오른 인원은 28건, 59명에 불과한 데다 검사가 경찰에 신변안전조치를 요청한 사례가 단 한 건에 불과한 실정이라니 국가기관이 범죄신고자들을 사실상 방치해온 것이 아닌가.

사정이 이러니 범죄를 당하거나 목격하고서도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꺼린다. 우리의 범죄 신고율이 영국.프랑스 등의 50~60%에 비해 턱없이 낮은 23%선에 머물러 있는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선 과학적 수사 못지않게 피해자나 목격자들의 신고가 중요하다. 최근 두 경찰관 살해범을 검거할 때도 한 시민의 신고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경찰은 시민들이 안심하고 범죄 피해를 신고할 수 있게 체계적인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강력 범죄 피해자를 전담 보호하는 '피해자 서포터'제도의 도입도 한 방법이다. 아울러 비영리 민간단체 등을 통한 피해자의 원상회복 지원 활동도 병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