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가 '안전제일'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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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미국 금융시장내 투자 패턴이 '수익투자' 에서 '안전투자' 로 변화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미 재무부 채권 등 수익률은 낮더라도 안전한 상품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으며, 주식시장에서는 첨단기술주에서 '블루칩' (우량주)쪽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위험 기피 현상은 최근 경기 둔화 조짐 및 잇따른 금리 인상과 관계가 깊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999년 중반 이후 금리를 여섯 차례나 인상했다.

이는 부채 비율이 높은 기업들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켜 투자자들이 이들이 발행한 채권을 외면하도록 만들었다.

미 경제가 3분기에 2.7%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뚜렷한 둔화세로 돌아서면서 기업들의 수익 기반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자금 이동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몸조심 투자' 의 정도가 지나칠 경우 첨단기술산업에 대한 투자 위축과 미 경제성장세를 더욱 가속화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우려되고 있다.

최근 미 채권시장에서는 정크본드(투자수익률이 높은 대신 부도 위험도 큰 채권)와 미 재무부 채권과의 금리 차이가 700bp(베이시스 포인트 ; 1bp는 0.01%포인트)까지 상승했다.

위험 성 높은 채권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금리차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두 채권간 금리 차이는 올봄까지만 해도 500bp에 불과했다.

미 회사채의 부도율은 최근 5.1%로 예년 평균치(3.5%)를 크게 웃돌고 있다. 부실채권 규모도 1천억달러로 2년동안 두 배로 늘어났다.

위험 투자 기피 현상은 주식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에 편입된 블루칩들의 주가는 대거 상승하고, 첨단기술주 위주인 나스닥 주가는 하락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30일(현지시간)만 하더라도 다우지수는 알코아.듀폰 등 전통 우량주들이 상승세를 타면서 2백45.15 포인트(2.31%)올랐다.

그러나 나스닥 지수는 인터넷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 시스템스가 하락세를 주도하며 86.96포인트(2.65%)가 빠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몸조심 투자'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경제 성장의 기폭제 역할을 해온 첨단 기업 투자가 위축돼 결국 미국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미국내 투자 비중을 늘려온 유럽 등의 해외자본이 위험 분산 노력에 따라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경우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미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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