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하워드 진 전 보스턴대 교수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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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국의 진보 역사학자이자 인권 운동가인 하워드 진(사진) 전 보스턴대 교수가 27일(현지시간) 별세했다. 87세. AP통신을 비롯한 현지 외신은 진 교수의 가족을 인용해 그가 이날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를 여행하던 중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전했다.

진 교수는 1980년 『미국 민중사』를 펴내 역사를 보는 관점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통령·정복자 등 엘리트 위주로 기술됐던 기존 역사를 흑인과 인디언 원주민 등 소외 계층을 중심으로 재해석했다. 역사는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든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에서 학살을 저질렀다고 지적했으며, 미국의 역대 대통령 등 주류세력보다 노동자와 반전론자 등 소외계층에 초점을 맞췄다. 이 책의 발행 부수는 초판 5000부에 불과했지만 그 뒤 큰 인기를 끌어 2003년에 100만 부를 넘어섰다. 고교와 대학의 교재로 채택되기도 했다.

진 교수는 생전 인터뷰에서 “이 책의 인기는 전통적인 역사책에 대한 반작용”이라며 “이러한 역사 재해석 작업을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천적 지식인으로 통하는 노엄 촘스키 교수는 “그의 책은 역사를 보는 방식을 바꿨다”며 “수백만 명에게 유익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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