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루이나이웨이-이세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李3단 절묘한 행마 천재성 번득

제4보 (72~95)〓72부터 76까지 임시로 연결을 차단해 놓고 78로 공격해간다. 흑의 다음 행마가 어렵겠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이세돌은 불과 1분 만에 79에 이은 81의 맥점을 찾아냈다.

79, 81은 실로 절묘한 감각이었다고 홍태선8단은 말하고 있다.

"이런 순발력있는 행마에서 이세돌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다. 芮9단의 78은 어쩌면 상변 85 자리에 한번 더 늘어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춰야 했는지도 모른다." (洪8단)

백은 끊어지면 즉각 88로 되돌아가 목숨을 살려야 한다. 바로 이 약점 때문에 백은 마음놓고 싸울 수 없었다. 89로 두점머리를 얻어맞아 괴로운 양상이다. 芮9단은 19분의 장고 끝에 90으로 물러섰는데 이 수가 검토실의 비판을 받았다.

산수갑산을 가더라도 '참고도' 백1로 막아야 했다는 것이다. 흑2, 4로 위쪽 백은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이지만 백도 7부터 11까지 흑 다섯점을 잡는다. 굉장한 변화인데 백은 이쪽이 실전보다 낫다는 얘기다.

91로 두텁게 뻗은 다음 93으로 두점을 잡아 흑은 드디어 우위에 섰다. 이세돌은 놀라운 인파이팅으로 芮의 힘을 이겨내고 있었다. 여기서 芮9단은 94로 귀를 챙겼고 李3단은 95로 뛰어들었다. 곧 점심시간이 시작돼 모두 연수원의 식당으로 갔다.

셀프 서비스로 배식을 받아 남편 장주주(江鑄久)9단과 마주 앉은 芮9단은 식사 시간 내내 심각하게 뭔가를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세돌은 서울에서 내려온 또래의 프로들과 어울려 밝게 웃고 있었다.

박치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