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임직원 재테크 윤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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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주식을 싼값에 매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거나 유망 펀드에 가입한다. 만약 손해가 생기면 해당업체가 주는 돈으로 손해를 메운다-.

동방.대신금고 불법대출사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거나 검찰이 혐의를 두고 있는 금융감독원 임직원들의 '땅집고 헤엄치기식' 재테크 방법의 윤곽이다.

금융기관 감독권을 가진 금감원 직원들이 감사를 전후해 직접 금품을 받거나 재산상 이득을 얻은 게 확인되면 뇌물죄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비록 감사와 직접 관계가 없더라도 포괄적 뇌물죄나 알선수재 등의 혐의도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

◇ 주식 저가매입〓검찰이 한국디지탈라인 정현준 사장의 진술에 따라 금감원 직원들에 대해 혐의를 두고 있는 비리유형이다.

검찰은 그러나 금감원 관계자들이 이 주식을 자신의 이름이 아닌 친인척이나 차명으로 매입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이들의 매수추정 가격이 이 주식의 지난해 첫 거래가인 8천원에 비해 1백원 더 많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나중에라도 주식 저가매입이 문제가 될 때 "뇌물이 아니라 내 돈 주고 산 것" 이라며 빠져 나갈 구멍을 만들어 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업자들이 공무원 소유의 부동산을 시가보다 비싸게 매입해주는 방법으로 뇌물을 준 사건은 많이 보았지만 이번 경우는 뇌물을 주고 받는 전혀 새로운 수법" 이라고 설명했다.

◇ 사설 펀드 가입〓검찰은 평창정보통신 주주명단에 기재돼 있는 4천5백여명 가운데 1백23명이 금감원 직원의 이름과 같은 데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측은 "확인 결과 이름만 같지 주민등록번호가 달라 금감원 직원이 아니다" 고 발표했었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무려 1백명이 넘게 이름이 같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며 금감원 발표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즉, 鄭사장 등의 배려(?)로 이른바 '대박주' 에 투자한다는 사설 펀드에 투자기회를 얻은 금감원 직원들이 있을 것이란 게 검찰의 생각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사설펀드 투자자들의 자금출처 조사 등을 통해 금감원 직원의 가입 여부를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 투자 손실 보전〓수배 중인 장내찬(張來燦) 전 국장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張씨는 한국디지탈라인 주식 5만주를 3만원에 샀다가 주식이 폭락하자 정현준씨가 보내준 3억5천9백만원으로 손실을 만회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다른 금감원 임직원들도 벤처 붐 때 일부 업체 주식을 몰래 매입한 뒤 이익이 생기면 그대로 넘어가고 손해를 봤으면 해당업체로부터 손실금을 지원받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박재현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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