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프로 '콘서트 초대' 30~40대 겨냥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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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지난 23일 오후 4시, 가을비가 가볍게 날리는 KBS 신관 공개홀 앞. 한 무리의 방청객들이 눈길을 끈다.

'뮤직 뱅크' 나 '이소라의 프로포즈' 녹화날이면 으레 몰리는 10~20대들과 다르다. 노란 머리칼도 아니고, 교복을 입고 뛰어다니는 '오빠 부대' 와도 거리가 멀다. 옆구리에 낀 시장 바구니가 눈에 띈다. 다름아닌 30~40대 주부들이다.

"오늘 윤수일이 나온데요. 글쎄~에" "여고생 때만 해도 김세환하면 깜빡 넘어갔는데, 호호호. " 녹화를 기다리는 동안의 수다는 차라리 추억담에 가깝다.

KBS2 '콘서트 초대' (금 밤12시)의 세번째 녹화날. 10대 위주의 쇼 프로그램이 방송사를 장악한 요즘, 30~40대 시청자가 중심인 '콘서트 초대' 의 등장은 어찌보면 용감하기까지 하다.

미사리로 밀려난 기성 가수들과 쇼 프로그램에 등을 돌렸던 30~40대 시청자를 다시 불러 모아야하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안에 들어서자 빈 자리가 꽤 보였다. 조연출을 맡은 조현아 PD는 "신설 프로라 아직 홍보가 덜된 탓" 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방청객들의 열기는 뜨겁다.

진행을 맡은 김창완씨가 나와 '그리움' 얘기를 꺼낸다.

"어렸을 적에 '오라~이!' 하며 버스 옆구리를 두드리던 차장 누나…생각나세요□" 하고 묻자 "맞아, 맞아. 그랬지 정말!" 하며 일제히 맞장구를 친다.

이어 초대 가수가 등장한다. 최근 활동을 재개한 윤수일, 큰 애가 고3 수험생이라는 '그리움만 쌓이네' 의 여진, '사랑하기에' '첫눈이 온다구요' 의 이정석 등이 방청객의 기억보다 다소 나이든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온다.

시장가는 길에 들렀다는 김미자(41.주부.서울 동작구 대방동)씨는 "뒤늦은 감은 있지만 이런 프로가 등장해 반갑다" 며 "TV에 출연하는 통기타 가수들을 보면 아이들과도 공감대가 생긴다" 고 말했다.

"엄마.아빠에겐 서태지나 H.O.T와 똑같은 우상이었다" 고 설명하면 아이는 "기타만 치고 노래가 조용한데도 그렇게 좋아했어요" 라고 반문한다는 것.

또 녹화현장을 처음 찾았다는 송승혜(42.주부.서울 강서구 가양동)씨는 "TV에서 노래를 듣다보면 학창시절이 저절로 떠오른다" 며 "좋아하는 가수가 있어도 표현할 길이 없었던 때가 생각나 방송국을 찾게 됐다" 고. 또 " '반짝' 하고 사라지는 프로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 덧붙였다.

방청은 매달 둘째.넷째주 월요일 오후 4시와 8시,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을 찾으면 된다. 방청권은 따로 없다. 02-781-3961, 3968.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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