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사격장 주민통제로 벼수확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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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초리의 미군 스토리사격장 일대에서 논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이 미군측의 갑작스런 영농출입금지 강화조치로 6만평의 벼를 수확하지 못하게 돼 반발하고 있다.

27일 파주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미군측은 이곳에 설치된 2백15만평 규모의 포사격장 가운데 1백여만평에 지난 5월 철책을 설치한데 이어 7월부터는 진출입로 12곳에 차단기를 만들어 농민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이 바람에 그동안 사격장 부지 내 6만평에 벼 농사를 짓고 2만1천평에 김장채소 등을 길러온 농민 20명이 트랙터.콤바인 등 영농장비를 반입하지 못해 수확을 못하고 있다.

농민 조봉연(趙鳳淵.44.파평면 장파리)씨는 "이달 안으로 수확을 못하면 논 1만평.밭 5천평에서 지은 1년 농사를 망치게 된다" 며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미군부대와 국방부 등에 출입요청을 했지만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 26일 현장 조사를 벌인 뒤 27일 미군측에 "벼수확을 할 수 있도록 영농출입을 일시적으로나마 허용해 달라" 고 요청했다.

미군측은 오는 30일 주민들과 간담회를 통해 대책을 논의하자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시 관계자가 밝혔다.

지난 7월 '스토리사격장 설치반대추진위' 를 구성한 농민들은 "우리 정부가 주민들의 땅을 1973년부터 미군 공여지(供與地)로 묶고 미군들에게 무상 임대해주는 바람에 재산피해를 보고 있다" 고 주장했다.

파주〓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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