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국서 보는 IHT 신문] "내 자식 돌보듯 신문 만들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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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International Herald Tribune-JoongAng Ilbo가 세상에 첫선을 보인 지난 17일 오전 4시30분. 서울 서소문 중앙일보 사옥 지하 3층 윤전실에서는 회사 경영진과 IHT 관계자 등 1백여명이 새 신문의 탄생을 축하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샘 아저씨' 는 한쪽 구석에서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뉴스룸 스태프들을 불러 모았다.

"이 신문을 만든 것은 바로 우리다. 우리야말로 기념 사진을 찍어야 한다" 는 이유였다.

IHT-JAI의 새뮤얼 앱트(67.사진)에티터는 45년 경력의 뉴스맨이다. 영자신문 뉴스룸에서는 이웃집 아저씨같이 푸근하고 다정다감해 '샘 아저씨' 로 통한다.

그러나 기사에는 철저하다. 1면에 기사를 쓰는 기자들은 어김없이 그의 사무실로 불려간다. 한 줄 한 줄 꼼꼼히 따져대는 그는 무서운 선생님 이다.

프랑스 파리의 IHT 본사에서 중앙일보 영문판의 창간 에디터로 서울에 파견된 앱트는 지난 6월 양해각서가 체결된 후 4개월도 채 안되는 기간에 영자신문을 창간한 것은 '기적' 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한국의 영자신문에 대해 평가해 달라고 하자 "훌륭하다. 하지만 우리가 더 낫다(good, but we are better)" 고 짤막히 언급했다.

그는 중앙일보 영문판의 편집방향을 설명하며 "정치.경제기사도 중요하지만 독자의 일상에 직결된 생활.문화관련 기사도 같은 비중으로 다루겠다" 고 밝혔다.

1955년 미 브라운 대학 졸업 이후 56년 미 매사추세츠주의 워체스터 텔레그람지에서 기자로서 언론인의 길에 들어선 그는 볼티모어 선.뉴욕 타임스 등을 거쳐 71년부터 IHT에서 근무해왔다.

후배 기자들을 잘 이끌고 IHT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어 'Mr.IHT' 라는 별명도 있다.

뉴욕타임스에 근무할 당시인 71년에는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비화를 추적하는 '펜타곤 페이퍼팀' 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 보도로 언론분야 최고상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샘은 사이클 경주를 전문적으로 보도해온 기자이기도 하다. 한쪽 고환과 뇌의 일부를 떼어내는 대수술을 이겨내고 세계 최고 권위의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 대회에서 99년 2연패를 기록한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의 이야기를 담은 '암을 이겨내고 돌아온 랜스 암스트롱(Lance Armstrong' s Comeback from Cancer)' 을 지난해 펴내기도 했다.

자는 자기계발의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앱트는 "매일 매일 지면을 완벽하게 만들 수는 없겠지만 완벽해 지려는 마음을 멈춰서는 안된다" 며 "기자는 자신의 아이를 돌보듯 기사를 보살펴야 한다" 고 후배 기자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언어의 형식과 관계없이 정확한 정보를 전하는 신문이 좋은 신문이다. 한국 최고의 영어신문을 내놓는 게 우리의 사명" 이라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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