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주 수렁에 빠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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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국내 반도체 주가가 또 다시 급락했다.

전날 미국 반도체 주가 하락으로 외국인들이 팔자에 나선 데다 반도체 현물 가격의 하락세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26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대량 매도해 주가를 전날보다 1만6천원(10.0%) 하락한 14만4천5백원으로 끌어내렸다. 현대전자 주가도 4백30원(4.8%) 떨어진 8천5백40원으로 약세였다.

외국인들의 매도는 전날 미국 증시에서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가 각각 9.9%, 7.1% 떨어지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7.2%나 끌어내린 데 따른 것이다.

반도체 가격 약세와 반도체 기업에 대한 부정적 전망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25일 미국 현물시장에서 64메가D램과 1백28메가D램 가격은 1~2%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통신장비업체 노텔의 3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데서 드러나듯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낮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뱅크 오브 아메리카증권의 리처드 휘팅턴 애널리스트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에 이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AMD 등 25개 주요 반도체 업체들에 대해 투자등급을 내리거나 목표가격을 하향 조정했다.

ING베어링증권도 25일 삼성전자의 투자등급은 '매수' 를 유지했으나 4분기 반도체 수요 감소를 예상하고 목표 가격은 38만원에서 20만9천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굿모닝증권 심용재 연구위원은 "반도체 경기 불투명과 뮤추얼펀드 만기 도래에 따른 환매 물량으로 국내 반도체 주가는 단기적으로 게걸음질이 예상된다" 면서도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45%에 달할 정도로 기업 내용이 좋아 중.장기적인 투자자라면 매수를 권하고 싶다" 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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