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찾기' 가을소풍이 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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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소풍 모습이 변하고 있다.

산과 들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어울려 놀이를 하거나 노래자랑을 하는 추억의 소풍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대신 놀이기구를 타거나 소풍을 일찍 끝내고 학생들끼리 노래방과 오락실을 찾는 모습이 잦아지고 있는 것.

지난주 말 경남 창원시 근교 비음산 체육공원으로 소풍 간 창원 모 여고 1학년 학생들 대부분은 소풍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공원이 좁아 5백명이 놀이를 하거나 쉬지도 못했는가 하면 도시락을 낮 12시쯤 도시락을 먹고는 곧장 해산했기 때문이다.

추억의 가을소풍을 기대했던 학생 중 일부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창원 시내 노래방을 찾았다.

또 일부 학생은 전자오락실에서 오락을 즐겼다. 이날 창원 중앙동 등 도심 노래방.오락실.볼링장은 소풍을 마친 학생들로 북적댔다.

경남 진해 파크랜드는 가난한 학생에게 상처를 주는 소풍 명소. 10여 가지의 놀이기구가 있는 이곳에는 올 가을 마산.창원.진해지역 초.중.고교 50여 곳에서 소풍을 왔다.

또 이달 말까지 10여 곳에서 소풍을 오기로 계획돼 있다. 이곳에 소풍 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놀이기구를 타면서 시간을 보낸다. 학생들은 주로 1만~1만5천원 하는 놀이기구 이용권을 구입, 놀이를 즐긴다.

그러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일부 학생들은 놀이기구 이용권을 구입하지 못해 무료하게 시간을 보낸다.

이곳에 소풍 오는 학교는 게임 등 소풍 준비를 별도로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곳을 찾고 있다.

학생들도 대부분 소풍을 단순히 노는 것으로 생각해 놀이기구가 많은 곳에 소풍 가면 좋아하고 있다.

창원 모 여고 1학년 담임 金모(43)교사는 "학교 밖에 나가면 학생들을 통솔하기도 힘들어 따로 소풍 계획을 세우지 않고 학생들도 자유시간을 원해 대부분 점심 식사 후 해산한다" 며 "산과 들에서 학생과 교사가 함께 어울려 추억을 만드는 소풍은 찾아보기 힘들다" 고 말했다.

허상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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