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기자가 본 북한] LA타임즈 레이트먼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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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평양의 큰 거리에는 지동차와 쓰레기가 거의 없었다. 김일성(金日成)전 주석을 기리는 대형 기념물과 네온사인이 눈에 들어왔다. 날씨가 쌀쌀해 사람들은 스웨터와 재킷을 입고 있었다.

도시 변두리의 아파트들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평양 시내 고층 아파트들은 어두웠지만 불이 켜져 있었다. 마치 모두가 40W 전구를 켜놓은 듯했다.

북한 관계자는 사진 촬영 때 안내원에게 물을 것, 저녁에 호텔 밖 출입을 하지 말 것 등의 주의사항을 일러줬다.

이유를 묻자 "범죄 발생률은 매우 낮지만 당신들은 모두 외국인이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다" 고 답했다.

호텔의 국제전화료 및 인터넷 접속료는 분당 26달러다. 베이징(北京)~평양을 운항하는 북한 고려항공 여승무원의 월급이 80달러라고 하니 4분이 채 안돼 그 월급이 날아가는 셈이다.

인터넷 접속이 느리고 상태도 좋지 않다. 일부 기자는 접속을 시도하는 데만 수백달러를 썼다.

40분 사용에 1천달러 정도가 든다(북한 관리들은 외신기자들로부터 압수한 위성.휴대전화를 북한 출발 때 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안내원 한 명이 기자 몇명씩을 맡고 있다. LA 타임스 기자의 안내원은 28세의 대학 영문학과 교수로 영어가 유창하다.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은 이 안내원을 놀라게 했다. 북한인들은 세계 신문들의 1면에 보도된 이 뉴스를 알지 못했다.

안내원은 "김정일 동지는 어떤 보답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민들이 잘 살고 평화롭게 살기만을 바란다" 고 말했다.

안내원들은 기아 문제에 대해서는 솔직해 보였다. 한 안내원은 "우리는 가뭄으로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 고 했고, 다른 안내원은 식당에서도 종종 음식이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식량과 다른 구호물자의 제공 여부가 어쩌면 북한의 대 서방 화해 및 개방 정책의 한가지 배경일지도 모른다. 고려항공 여객기가 평양에 착륙할 때 너른 들판의 풀들은 바짝 말라붙어 있었다.

LA 타임즈 레이트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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