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표 판매 제각각…버스승객 '짜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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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3일 경남 진주서 창원까지 시외버스로 첫 출근한 金모(40)씨는 진주 시외버스터미널(장대동)의 낙후된 서비스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오전 7시쯤 터미널에 도착한 金씨는 창원행 버스시간표에 '창원 직통은 9번 창구로' 라는 문구를 보고 9번 창구로 갔으나 유리창 너머 여직원은 "창원 표는 8번 창구에서 판다" 고 말했다.

그러나 8번 창구는 업체별로 무려 네곳이나 돼 창구마다 기웃거리고 나서야 표를 살 수 있었다.

유리창 너머 여직원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귀를 유리창 가까이 붙이는 법석을 떨어야 했다.

승차장에서도 창원행 버스를 찾는데 한참 걸렸다. 노선 안내판이 어지럽게 적혀 있어 주차 중인 10여 대의 버스 앞에서 행선지를 일일이 확인한 뒤 차에 오를 수 있었다.

진주시외버스 터미널은 차표를 공동 판매하지 않지 않아 처음 이용하는 승객들이 혼란을 겪기 일쑤다.

14개 회사별로 차표를 판매하기 때문에 소속 회사 버스가 출발할 시간이 돼야 매표창구에 직원이 나와 매표를 시작한다.

이 때문에 창원행 8번 창구는 네곳이나 된다. 공동 매표를 하지 않는 것은 수익금 관리가 복잡하고 회사별 수입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마산시외버스터미널을 공동 매표를 하고 있지만 버스시간 안내표가 복잡하다.

부산.밀양 등 동부경남 쪽이 함안.남해 등 서부경남과 같은 칸에 표시돼 있고 양산.포항 등도 광양.전주.해남.목포 등 전라도 방향과 함께 표시돼 있다.

경남지역 시외버스터미널 32곳의 사정은 비슷하다. 승객이 알기 쉽도록 버스시간표가 마련된 곳은 드물다.

이처럼 시외버스 터미널의 서비스 불량은 시외 버스회사의 지도.감독권을 광역자치단체 가 가지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선 시군은 시외버스터미널 운영의 잘못을 알고 있지만 지도할 수 없고 경남도는 이러한 사정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진주시 관계자는 "버스 회사들이 노선.요금 등 영업 이익과 관련된 주요 사항은 도에서 허가받기 때문에 시에서 서비스 향상을 위한 개선 명령을 내려도 잘 지키지 않는다" 며 "과징금 부과 등 실질적인 지도.감독권은 기초 자치단체로 이관돼야 한다" 고 말했다.

경남대중교통개선 시민연대 권순주(權純主.41)운영위원장은 "감독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는 경남도와 승객 서비스를 외면하는 버스회사들의 태도를 바로잡기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하겠다" 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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